옛사랑 석류나무
김 재 황
믿음이 깨어지던 그 가슴은 무너지고
눈앞에 긴 강물이 넘실넘실 새파란데
오히려 머리 돌리고 저녁놀을 살린다.
키우면 멍울 되는 미음이야 가슴앓이
열리는 겨드랑이 키득키득 그 웃음꽃
스르르 유월 더위에 얼음같이 풀린다.
어둠에 빠졌어도 작은 싹이 돋아나면
불을 켠 자리마다 언뜻언뜻 내비치듯
구슬픈 옛사랑 노래 새콤하게 들린다.
[시작 메모]
나는 진시황 무덤 위에서 많은 석류나무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석류’를 구입하여 맛도 보았다. 석류를 한명(漢名)으로는 ‘안석류’(安石榴)라고 하는데, 그에 관한 내용이 격물총화(格物叢話)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유화(榴花)가 본디 안석국(安石國)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이를 ’안석류라고 한다.’> 일설에는, 한(漢)나라 장건(張騫)이 서역에 사신으로 갔다가 ‘안석국’에서 가지고 왔다고도 한다. 그러면, 안석국은 지금의 어디인가? 이란(페르시아)인 것 같다.
시조를 짓는 사람은 시인이고, 시인은 예술가이다. 진정한 예술가라면 작품을 창작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한 예로, 세계적인 화가인 프랑스의 르누아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는 평생 동안 5,000여 점에 달하는 주옥과 같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는 말년에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손이 심하게 뒤틀렸기에 급기야 손가락에 붓을 묶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수많은 밤을 고통으로 지새우면서도 결코 붓을 놓지 않았으니, 모든 예술가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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