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오려 고개 숙고/ 작가 미상
[원본]
오려 고개 숙고 열무오 살졋난듸
낙시에 고기 물고 게난 어이 나리난고
아마도 農家애 興味난 이뿐인가 하노라.
[역본]
올벼는 숙인 고개 어린 무는 살쪘는데
낚시에 고기 물고 게는 어찌 나다니나
아마도 농촌 재미는 이뿐인가 여긴다.
[감상]
초장을 본다. ‘오려’는 ‘올벼’를 가리킨다. 제철보다 일찍 익는 벼이다. ‘열무오’는 ‘열무’인데 ‘어린 무’를 나타낸다고 한다. 일찍 익는 올벼는 이삭이 곽 차서 그 무거움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열무는 벌써 살이 투실투실 쪘다. 농부로서는 참으로 흐믓한 광경인다. 중장을 본다. 드리운 낚싯줄에 고기가 잡혀서 찌가 요란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게가 날 잡아 가시오 하듯 나다니고 있다. 이 또한 농부로서는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절로 콧노래가 나왔을 성싶다. 종장으로 간다. 농촌의 재미로 말한다면 농사가 잘 되고 낚시질이 잘 되며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게 따위가 풍성한 게 최고가 아니겠는가. 이럴 경우에 가을에는 풍악놀이가 벌어질 것 같다. 기록에 보면, 조금씩 다른 표현이 보이기도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구전되어 온 것을 기억하여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기록을 다 무시할 수는 없다. 차근차근 여유를 가지고 살펴야 한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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