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 天地間 蠢動物이/ 조 황
[원본]
天地間 蠢動物이 口腹外예 닐업거널
藐然헌 此一身에 제 헐닐이 하고 만타
第一에 人道 곳 업스면 저 禽獸나 다를소냐
[역본]
세상에 벌레들은 먹는 것이 일의 모두
어렴풋한 이 한 몸에 내 할 일이 많고 많다
첫째로 사람 길 없으면 저 짐승과 다르겠나.
[감상]
조황(趙榥 1803~?)은 조선 말기(순조, 헌종, 철종, 고종)의 학자이며 시조작가이다. 본관은 순창(淳昌), 자(字)는 ‘중화’(重華)이고 호(號)는 ‘삼죽’(三竹)이라고 한다.
초장을 본다. ‘천지간’은 ‘하늘과 땅 사이’인데, 나는 그저 ‘세상에’라고 풀었다. ‘준동물’은 ‘꿈틀거리는 벌레’를 말하는데, ‘하찮은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구복외에’는 ‘배불리 먹는 것 외에’라는 뜻이다. 벌레들이야 먹기만 하면 된다. 그게 그들이 하는 일이다. 중장을 본다. ‘막연한’은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한’을 나타낸다. 그리고 ‘차일신’은 ‘이 한 몸에’를 가리킨다. 벌레는 먹는 데 모든 힘을 쏟지만 사람인 나는 할 일이 많고 많다. 여기에서 ‘막연’을 ‘묘연’으로 표기한 문헌도 있으나, 나는 ‘막연’으로 보았다. 종장으로 간다. ‘第一에 人道 곳 업스면’은 ‘가장 우선시하는 것에 사람의 도리를 두지 않으면’이다. 그리고 ‘금수’는 ‘날짐승과 길짐승’을 뜻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나쁜 행실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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