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연시조 1편

시조시인 2022. 9. 18. 06:19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농악놀이

                            김 재 황

 


 긴 상모 열두 발이 빈 하늘을 희롱한다,
 막걸리 한 사발로 온 세상을 열어 놓고
 농부들 어두운 가슴에 달로 뜨는 소고 소리.

 매섭게 때린 매에 몸을 떠는 서러운 혼
 가난을 깔고 앉은 다북쑥도 여위는데
 징 소리 아련히 새겨 어깨춤만 휘청거린다.

 종이꽃 빚어 달고 고개를 숙인 고깔들
 날라리 긴 울음이 산자락을 잡고 돌면
 갈증에 마른 믿음도 물빛 꿈을 풀어 뵌다.

 언제나 한발 먼저 흘러서 가는 강물을    
 꽹과리 휘몰아서 즐겁게 만나는 오늘
 고향에 세운 농기는 무명처럼 흔들거린다.
                                    (2002년)
                  

  (시작 노트)

 ‘농악놀이’에서 ‘농악’(農樂)은, 농촌에서 명절이나 농사일 또는 공동작업 등을 할 때 연주되는 민속음악이다. 그리고 농악에 쓰이는 악기는 ‘꽹과리’ ‘징’ ‘북’ ‘소고’ ‘장구’ ‘피리’ 등이다. 그러므로 ‘농악놀이’라고 하면, ‘꽹과리’ ‘징’ ‘북’ 등의 타악기가 중심이 되어 ‘태평소’나 ‘나팔’ 등의 관악기가 곁들고, 가장무용수(假裝舞踊手)들의 춤과 노래가 함께 어울리는 우리나라 농촌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들 농악대의 편성은 10명에서 30명 정도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쓴 농기(農旗)를 높이 든 농기수 2명이 앞장서고, 그 뒤를 ‘영’(令)이라고 쓴 ‘영기’(令旗) 한 쌍이 따른다. 이어서 농악대의 지휘자인 상쇠, 그리고 상쇠 뒤에는 그를 보좌하는 ‘부쇠’․‘종쇠’가 줄을 이으며, 또한 징․장고․북․소고 등의 악기를 다루는 ‘잽이’들과 무동․포수를 비롯하여 기타 광대들의 ‘잡색’이 행렬을 이룬다.
 농악대의 대원은 무명 바지저고리에 발감개 짚신을 신고 어깨와 허리에는 청색․홍색의 띠를 두른다. 털 뭉치가 달린 전립을 쓰고 꽹과리를 든 사람이 상쇠이다. 소고수는 가늘고 긴 종이가 달린 전립을 쓰는데, 소고놀이 때에 그 채를 돌린다. 그 외의 ‘잽이’들은 조화로 단장한 고깔을 쓴다.
 농악놀이는 공동체 생활인 동시에 생활 속의 예술이기도 하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