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시조 1편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줄타기
김 재 황
안개 속을 헤엄친다, 지느러미 펄럭이며
드넓은 허공에서 바람 타고 앉았다가
높직이 몸을 솟구쳐 세상 밖을 엿본다.
가볍게 날아 봐도 날개 없는 겨드랑이
두견새 그 울음이 피를 흩듯 쏟아질 때
마지막 가난한 꿈을 불꽃 안에 던진다.
이미 길은 정했으니 걸음만 옮기면 될 뿐
긴 밤을 재우느라 이슬 먹은 외줄 위로
이제는 가락을 얹는다, 서러운 춤 보탠다.
(2002년)
(시작 노트)
‘줄타기’는 ‘줄광대’라고 하는 줄타기 연희자(演戱者)가 두어 길이의 높이로 공중에 맨 줄 위에서 삼현육각(三絃六角)의 반주에 맞추어서 재담이나 소리도 하고 춤도 추어 가며 갖가지 재주를 부리는 놀이이다.
몇 년 전, 나는 이 ‘줄타기’하는 모습을 용인의 민속촌에서 본 적이 있다. 그 때 외국인들도 몇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 재주에 감동하여 많은 갈채를 보냈다.
줄타기 놀이는 1976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로 지정되었고, ‘줄어름타기’로도 불린다. 이 줄타기의 재주는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로 전래하였다고 한다. 이미, 고려시대에도 행해지고 있었다고 하니, 그 역사가 오래된 듯하다. 줄타기는 조선조 말까지만 해도 마당놀이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으나, 지금은 간신히 그 명맥만을 잇고 있다.
줄타기의 기교는 10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기본동작은 줄 위에서 걷는 것이다. 그리고 뒤로 걸어가고, 한 발로 뛰고 걸터앉았다가 드러눕기도 한다. 때로는 높이 뛰어올랐다가 떨어지는 척해서 구경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그 용어로 ‘외홍잽이’라고 하면 한 발은 굽히고 한 발은 밑으로 늘어뜨리는 재주요, ‘거중들기’라고 하면 몸을 날려서 돌아앉는 기술이다. 또 ‘무릎꿇기’라고 하여 왼발은 꿇고 오른발은 세운 채로 앉는 재주도 있다.
줄을 탈 때는 부채를 들고 있는데,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부채를 사용한다. 그러나 너울너울 부채질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허공을 유영하는 멋을 느낀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