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연시조 1편

시조시인 2022. 9. 22. 09:43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한라산에서

                             김 재 황

 



   태초에 첫울음을 불덩이로 토해 내고
   신비한 손을 뻗어 세상 문을 열던 자리
   그 숨결 아직 머물러 물빛 저리 푸르다.

   적막에 배가 부른 비자림이 팔 벌리면
   흰 구름 갈 곳 몰라 산정 곁을 맴도는데
   전설을 가슴에 안고 골짜기로 가는 바람.

   안개가 잠이 깨어 산길을 모두 숨길 때
   펼치고 선 산자락에 꿈이 쏟아지는 소리    
   큰 바다 멀리 밀치고 볼이 익는 열매여.
                                     (2002년)


  (시작 노트)

  한라산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6.25 전쟁 때이다.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하였던 나는, 1.4 후퇴 때에야 부모님을 찾아서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수소문 끝에, 제주도에서 부모님을 만났고, 제주시 제남초등학교 3학년에 편입할 수 있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한라산을 보았다. 그 웅장한 자태에 입이 딱 벌어졌다. 나는 곧 한라산 자락을 누비고 다녔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밭에는 거의 다 고구마를 심어서 가꾸고 있었다. 돌담도 신기했지만, 나는 보리수나무의 열매에 더 큰 호기심을 지녔다.
  그리고 40대 중반이 되었을 때는 제주도 서귀포에 아주 터를 잡고 살게 되었는데, 나는 한라산 자락에 자그마한 귤밭을 마련하여 눈만 뜨면 달려가곤 했다. 한라산에도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두 곳이 있다. 다름 아닌, ‘봉개동의 왕벚나무 자생지’와 ‘구좌면의 비자림 자생지’이다. 봉개동(奉蓋洞)에는 동서로 100m쯤 떨어져서 2그루의 왕벚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이 왕벚나무는 더 높은 곳의 산벚나무와 그보다 낮은 곳의 올벚나무 사이에서 탄생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자생지는 해발 500m쯤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제주도가 왕벚나무의 자생지라는 사실을 밝히는 귀중한 증거가 된다. 천연기념물 제159호로 지정되었다. 또 구좌면(舊左面) 평대리 마을에서 서남쪽으로 6㎞ 지점에는 비자나무 자생지가 있다. 이 비자나무들은 옛날 무제(巫祭) 때에 사용한 비자나무의 종자가 사방으로 흩어져서 싹을 틔웠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천연기념물 제182-2호로 지정되어 있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