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경복궁에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10. 8. 08:51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경복궁에서
김 재 황
양파를 까는 듯이 벗겨지는 먼동 속을
먹구름 가득 안고 바람 앞에 섧던 역사
이제는 날이 흐리면 쑤셔 오는 통증이여.
남쪽을 보고 앉은 근정전 그 무릎 아래
뭇발길에 차이어서 빛깔 푸른 피멍들이
감춰도 붉은 점 같은 속내 흉터 보인다.
조선왕조 오백 년을 수심 깊이 헤아리고
싸늘히 눈을 감는 후원 외진 연못 옆에
취로정 낡은 기둥만 하염없이 졸고 있네.
(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