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탐라 일기/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2. 5. 07:32
[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 편
탐라 일기
김 재 황
서늘한 능선 너머 빈 하늘을 열어 놓고
산안개 엷은 자락 알몸 둘러 가린 꿈결
일제히 깃발 흔드는 녹음들이 일어선다.
숨 가쁜 마파람이 더운 입김 불며 가면
눈 찌른 가지 끝은 고향 강을 낚아 오고
앉음새 넉넉한 청산 짙은 쪽빛 해오라기.
기척에 놀라 펴는 산비탈의 굽은 허리
귀 젖는 지저귐에 주름살이 더 깊은데
전설을 힘껏 껴안고 돌하르방 졸고 있다.
허기진 저 눈자위 먼 하늘에 스러지면
한밤을 깨운 다음, 별빛 담아 시린 영혼
선소리 감긴 허우대 휘청거린 가시나무-.
열매가 볼 붉히면 온통 섬이 밝는 등불
골짜기 헤매던 날 긴긴 소매 젖던 사연
일출이 모닥불 일군 휘파람에 깜박인다.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