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서울의 꿈/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2. 15. 06:16
[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 편
서울의 꿈
김 재 황
갈증에 겨운 숲이 발돋움을 열고 있다,
너무 멀리 떨어져서 감쌀 수 없는 별빛
우뚝 선 서울 타워가 호롱불을 흔든다.
시야를 가로막는 뭉게구름 피어나서
잠꼬대도 쓸지 않고 오래도록 흐린 가슴
정화수 맑은 모정에 달이 뜨는 여의도.
철새들 잠자리는 푸릇푸릇 가시 둥지
삶에 지친 영혼들이 잠을 안고 쓰러지면
광화문 노란 나무가 은하수를 건너간다.
흙탕 속 절망으로 숨이 막힌 골목들이
외마디를 입에 물고 여윈 몸을 뒤트는데
가벼운 개똥벌레만 허공 안에 나는구나.
이제는 돛을 달고 떠나가는 배는 없다,
수렁 같은 어둠 속에 차츰 발이 빠져드는
강변에 연인 한 쌍이 망초처럼 웃는다.
(198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