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박달나무/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3. 4. 07:08
[그대가 사는 숲] 편
박달나무
김 재 황
주름살 가로 접고 허리 굽혀 줍는 햇살
오르고 또 올라도 끝이 없는 그 숲길에
야무진 우리 성품이 남루한 옷 걸친다.
추위와 그 허기를 품에 안고 꿈을 꾸면
먼 불빛 감싸고서 막을 여는 삶의 무대
징소리 넓은 바람만 객석 가를 맴돈다.
참으며 닦은 몸이 무늬 빚어 더 쓰린가,
가볍게 차린 몸에 말도 버린 그 맘으로
저만큼 자기 길 먼저 휘적휘적 떠난다.
(199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