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산벚나무/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3. 5. 07:07
[그대가 사는 숲] 편
산벚나무
김 재 황
일시에 쌓였다가 한꺼번에 무너지니
짧은 생애 서러워서 눈을 다시 문지르면
조금씩 떨리는 입술 돌아서는 숨소리.
산으로 오르다가 조용하게 머무는데
골이 깊은 아지랑이 타고 나는 순간에도
바다를 흔드는 바람 잠재울 수 있을까.
파랗게 맺히더니 시커멓게 닦여지고
타는 목이 죄어드는 꿈결 같은 어지럼증
솜구름 헤치는 손길 그려보는 시절이여.
(199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