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사시나무/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3. 24. 06:09
[그대가 사는 숲] 편
사시나무
김 재 황
홑적삼 걸치고서 추위 앞에 나서던 날
바람이 불어오니 꿈속 길은 마냥 멀고
눈감고 흔들거리며 만 리 길을 떠난다.
좁은 내 모여들어 큰 강물을 이루는데
굽이를 돌아가면 또 한 굽이 나타나고
떨리는 어깨춤 너머 논 뜸부기 울었다.
갑자기 일어서면 저 산 멀리 물러서고
하늘이 가슴 치면 다시 저린 오금이여
파드득 작은 날개로 저승 밖을 넘본다.
(199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