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층층나무/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3. 30. 06:13
[그대가 사는 숲] 편
층층나무
김 재 황
볕드나 그늘지나 아무렇지 않다가도
못 붙잡고 놓친 세월 서둘러서 목숨 꿰면
뺨 붉은 외로운 정이 잎자루에 어린다.
밖으로 깨끗하고 안으로는 알뜰해도
무리 지어 피운 꿈은 꿀을 품어 달콤한데
정성껏 익힌 열매가 부리 끝에 쪼인다.
나란히 자라나서 가지들은 어울리고
한 걸음씩 앞을 보고 제 길 찾아 나아가니
맨땅에 우뚝한 탑만 녹음 속에 새롭다.
(199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