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고성 건봉산에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4. 12. 06:11
[민통선이여] 편
고성 건봉산에서
김 재 황
북녘을 바라보는 산정에는 세찬 바람
한적한 양지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면
힘차게 물을 거슬러 산천어가 뛰논다.
숨어서 철철 넘게 수풀마다 담긴 고요
딱새가 날아와서 슬픈 눈을 다시 뜨니
고진동 아늑한 골에 자두 꽃이 하얗다.
비좁은 틈에 앉아 돌단풍은 웃음 짓고
그 몸매 길게 빠진 춘양목이 반기는데
사십 년 숨긴 마음만 하늘처럼 서럽다.
(1992년 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