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인제 대암산에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4. 15. 06:54
[민통선이여] 편
인제 대암산에서
김 재 황
뒤집힌 철쭉꽃에 속마음을 대고 서서
중동부 긴 휴전선 먼발치로 굽어보면
계곡을 타고 오르는 뻐꾸기의 울음소리.
우거진 나무숲을 병풍처럼 둘러놓고
멍석으로 진창 위에 사초들을 깔았는데
밤이면 가위눌릴 듯 무너짐이 보인다.
산안개 걷고 나서 산정에는 가쁜 숨결
펀치볼 저 격전지 아직 핏빛 어룽지고
어쩌다 흰줄나비만 빈 날개를 접는다.
(1992년 5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