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경복궁에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4. 30. 06:11
[콩제비꽃 그 숨결이] 편
경복궁에서
김 재 황
다듬는 양파처럼 벗겨지는 먼동 속을
먹구름 가득 안고 바람 앞에 섧던 역사
이제는 날이 흐리면 쑤셔 오는 통증이여.
남쪽을 바라보는 근정전의 무릎 아래
뭇발길에 차이어서 빛깔 푸른 피멍들과
감춰도 덩어리 같은 속내 흉터 보인다.
조선조 걸어 나온 오백 년을 헤아리고
싸늘히 눈을 감는 후원 외진 연못 옆에
취로정 낡은 기둥만 하염없이 졸고 있네.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