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통일로를 따라/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5. 4. 05:57
[콩제비꽃 그 숨결이] 편
통일로를 따라
김 재 황
꽉 막힌 종착역을 안개 뚫고 달려가면
앙가슴 조여드는 세월 체한 그 답답증
누구도 무거운 말문 먼저 열지 않는다.
팽팽히 당긴 줄이 가로막는 저 최전방
메아리 오지 않는 외마디 말 매달리고
서럽게 이름 부르면 흐린 강이 나선다.
밤마다 건넌 개울 얼떨결에 업는 여울
삭신은 이미 삭아 바람 먹은 고목인데
그림자 헐렁한 옷이 빠른 길을 고른다.
하늘을 바라보며 넋을 사른 물억새 꽃
할머니 흰 머리칼 나부껴서 흐린 얼굴
아무리 귀를 막아도 멎지 않는 발소리.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