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북한산국립공원/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6. 5. 05:41
[국림공원 기행] 편
북한산국립공원
김 재 황
(1)
일어선 바위 머리 저 하늘을 떠받치고
천둥과 눈보라에 금이 가는 굳은 생애
발걸음 닿은 자리는 달빛에도 아파 온다.
모정이 암벽 위로 앞가슴을 드러낼 때
더듬은 손길보다 부드러운 너의 속살
백운대 주름진 골로 봄바람은 기어든다.
(2)
쪼아 낸 깊이만큼 안겨드는 텃새 울음
목숨을 뽑아들고 인수봉을 끼고 돌면
죽지에 푸른 응혈이 깃털처럼 풀려 간다.
그늘을 내린 숲에 버섯들이 일어서면
만경대 어린 안개 먼 바다로 출렁이고
한여름 젖은 입김만 골짜기에 채워진다.
꿈이여 살이 올라 숨이 가쁜 몸뚱이여
녹음은 등에 업혀 오를수록 천근인데
우이령 늘인 등줄기 굵은 땀이 쏟아진다.
(3)
참다가 지친 적막 푸른 이끼 불러오고
단풍잎 불놀이로 고요함에 드는 암자
풍경만 소매를 걷고 허공 속을 뒤적인다.
낯익은 돌의 산성 큰 함성이 내닫는데
사나운 칼바람에 몸을 떨던 소나무 숲
역사는 눈빛 하나로 죽은 혼을 되살린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