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치악산국립공원/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6. 8. 06:03
[국립공원 기행] 편
치악산국립공원
김 재 황
허공에 퍼진 구름 시나브로 출렁이면
배같이 산등성은 돛을 달고 둥싯거려
비로봉 열린 항구로 첫새벽을 부린다.
함성을 크게 물고 떼거리로 몰려드는
그 앞엔 돌참나무 돌아보면 들메나무
성황림 짙푸른 꿈에 마음속이 물든다.
올라서 가장 높이 물러앉은 집이기에
끈질긴 더위마저 끝내 닿지 못하는데
상원사 시린 범종이 바닷물을 안는다.
가파른 능선 위에 풀잎들이 엎드리면
가까이 어른대는 까치울음 뒤를 따라
입석골 가쁜 숨결이 물안개도 뿜는다.
산그늘 축축하게 주저앉은 북쪽 기슭
세상일 가늠하여 실눈 뜨는 삼존목불
구룡사 넓은 법당도 연못으로 잠긴다.
피나무 빈 가지에 새둥주리 얹혔는데
보채며 잡아끌며 입 벌리는 철부지들
파랑새 지친 어미가 햇무리에 둘린다.
바위가 길을 닦은 골짜기를 내달리면
잎들을 울려 놓고 떠나가는 물소리여
허전한 영원산성만 어둠 속에 묻힌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