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소백산국립공원/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6. 9. 05:46
[국립공원 기핼] 편
소백산국립공원
김 재 황
(1)
쓸쓸한 능선 위로 구름 한 떼 몰려가면
산바람 잠이 들어 깃 다듬는 그 고갯짓
비로봉 얇은 입성이 맑은 살결 드러낸다.
(2)
마음은 슬쩍 돌아 물소리로 흘러가고
소나무 숲을 이뤄 막아서는 시린 하늘
그늘진 죽계구곡에 푸른 댓잎 돋아난다.
(3)
오솔길 오른 걸음 안주하는 저 나그네
지녔던 고통마저 골짜기로 내던지면
희방사 드높은 선방 하얀 법열 꽃피운다.
(4)
메아리 살아 있는 산기슭의 매운 기운
단단히 갓끈 조여 안개 속에 홀로 서고
제자리 찾아 지키며 소수서원 낡고 있다.
(5)
잡목 숲 사이사이 불꽃들은 일어나서
뭇시선 거느리고 ‘에헴’하는 영혼인데
연화봉 그 뜻 사르고 저녁놀을 따라간다.
(6)
바위가 젖는 시름 온 계곡을 뒤적일 때
폭포로 부서져서 더욱 환한 너의 믿음
고독도 품에 껴안듯 눈을 감는 금선대여.
(7)
넉넉한 허공 위로 무량수전 떠오르면
벽화를 가늠하여 꿈결에서 왼 법구경
부석사 들뜬 마당에 층층나무 탑이 선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