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덕유산국립공원/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6. 14. 06:05
[국립공원 기행] 편
덕유산국립공원
김 재 황
어머니 가슴이듯 너그러운 숲이 있고
그 품을 간질이며 강줄기가 흘러가니
향적봉 고인 시름에 왕조의 꿈 잠긴다.
뚫린 지 언제인가, 안팎으로 막은 암벽
귀 시린 그 역사를 바람 앞에 되새기면
눈감은 나제통문이 길고 긴 숨 내쉰다.
여울이 굽이친다, 바위들이 일어선다,
헛기침 앞세우고 장구 소리 재촉하며
구천동 하얀 물길로 돛배 하나 떠간다.
남몰래 다리 건너 일주문을 지나가면
흰 연꽃 솟아 웃는 보름달빛 낡은 고찰
자비 큰 삼존석불은 백팔 계단 닦는다.
가파른 오솔길을 녹음 혼자 기어올라
뻗어 간 산자락에 꽃방석을 틀고 있나
실구름 올려 앉히면 저리 둥근 함박웃음.
미련한 문턱바위 여기 와서 엎드리고
비단결 선녀 옷이 실바람에 날리는데
한바탕 칠연폭포만 꼬인 울음 쏟는다.
이 세상 둘러보는 눈이 밝은 숨소리여
다리가 저리도록 기다리는 임의 모습
적상산 숨은 성지가 고려 하늘 껴안는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