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월출산국립공원/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6. 18. 05:46
[국립공원 기행] 편
월출산국립공원
김 재 황
(1)
눌려서 굽은 자락 가파르게 쓸어 보면
주름살 깊어 가는 어질어서 순한 계곡
나직이 머문 시선이 다도해를 깨운다.
(2)
지녔던 사랑마저 메아리로 다시 날고
속삭임 가냘파도 절벽 위로 오르는데
천황봉 더운 가슴에 긴긴 꿈이 깃든다.
(3)
목마른 사람들이 해탈문을 들어서니
눈꺼풀 젖고 마는 자비심 큰 마애석불
도갑사 오른 길목을 꽃향기가 지킨다.
(4)
녹음이 벼른 기운 주체하지 못하는 산
어르며 다스리며 구름다리 건너가면
현기증 아득한 골은 걸핏하면 줄을 죈다.
(5)
갖가지 표정들이 여러 익살 부리는데
하늘로 가는 길은 안개 속에 묻혀들고
구정봉 지친 얼굴만 대책 없이 굳어진다.
(6)
풀어진 실타래여 길게 늘인 손짓이여
억새밭 회오리로 슬픔 흩는 노을 자락
다시금 이름을 불러 보름달을 챙긴다.
(7)
숨소리 높은 능선 하얀 눈발 날릴 때면
고요를 타고 앉는 숨소리의 당찬 무게
영산강 열린 마음이 폭포수도 토닥인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