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연꽃 소묘/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10. 4. 05:39
[묵혀놓은 가을 엽서] 편
연꽃 소묘
김 재 황
굵직한 소나기가 후두두 내린 다음
실없는 실잠자리, 맴을 돌다 떠난 자리
그녀는 목을 늘이며 긴 하품을 입에 문다.
넌지시 까만 눈이 물거울을 굽어보면
퍽 닮은 또 한 얼굴 마주 보며 미소 띤다,
행여나 누가 볼세라 붉어지는 그 뺨들.
소매로 가릴수록 더욱 비린 그녀 살내
멋쩍게 물바람이 곁을 그냥 스쳐 가도
‘어머나!’ 소스라치며 그만 몸을 움츠린다.
(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