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셰르파가 되어/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12. 7. 06:22
[묵혀놓은 가을 엽서] 편
셰르파가 되어
김 재 황
얼마큼 끈 조여야 발 옮기기 편해질까
새까만 눈동자들 내 가슴에 품고 나서
가난을 앞장세우고 높은 산을 타야 하니.
등골을 꾹 누르는 짐 덩이를 다시 메고
나른히 늘어지는 그 능선을 둘둘 말며
아직은 쉴 수 없는 길 돌아보지 않는다.
먹이를 찾아가는 저 몸 여윈 여우처럼
비탈 위로 올라서서 눈을 크게 뜰 적마다
더욱더 두껍게 되어 무감각한 내 발바닥.
늘 눌린 짐꾼으로 줄을 잇는 나의 생애
함박눈이 내려와서 지난 일을 덮을수록
갈 길은 기울어지고 산은 멀리 나앉는다.
(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