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아침이 밝아 오면/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12. 8. 21:32
[묵혀놓은 가을 엽서] 편
아침이 밝아 오면
김 재 황
검은 뜻은 물러가고 하얀 꿈이 밝아 오면
바가지로 물을 떠서 동이 가득 붓는 소리
밤 내내 끊겼던 길이 다시 길게 이어진다.
가장 먼저 눈뜬 산이 입성 차림 갖추고서
들창문을 두드리며 ‘길 떠나자!’ 서두를 때
내 맘의 열린 하늘에 남은 별도 멀어진다.
묵은 때를 모두 닦고 대문 밖을 나서는데
전신주를 타고 앉아 손짓하는 바람 한 점
등 없는 동네 골목도 그 속내가 환해진다.
(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