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塵世를 다 떨치고/ 신 희 문
시조시인
2023. 12. 21. 18:40
62. 塵世를 다 떨치고/ 신 희 문
[원본]
塵世를 다 떨치고 竹杖을 훗떠 집고
琵琶를 두러 메고 西湖로 드러가니
水中에 떠잇는 白鷗난 내 벗인가 하노라.
[역본]
이 세상 다 떨치고 대 지팡이 따로 짚고
비파를 둘러매고 서쪽 호수 들어가니
물 위에 흰 갈매기는 내 벗인가 여기네.
[감상]
신희문(申喜文)은 태어난 해와 이 세상을 떠난 해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조선 정조 때의 가객(歌客)이라고 알려져 있다. 자는 ‘명유’(明裕)라고 한다. 청구영언 등에 몇 수의 시조가 전한다. 작품들을 보았을 때, 자연과 벗하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며(후후 웃고) 시조를 짓던 은사(隱士)였다고 여겨진다. 상당한 수준이라고 본다.
‘진세’는 ‘티끌 많은 세상’을 나타낸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이라고 했다. ‘죽장’은 ‘대나무 지팡이’를 가리킨다. 그래서 나는 소리걸음에 맞춰 ‘대 지팡이’라고 했다. ‘훗떠’는 ‘따로따로 떨어지게’라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따로’라고 했다. ‘비파’는 ‘동양 현악기의 하나’인데 그 모양이 아름답다. ‘수중에’는 ‘물 가운데’라는 뜻이지만, 문맥으로 보아서 ‘물 위에’라고 풀었다. ‘백구’는 글자 그대로 ‘흰 갈매기’이다. 초장은 세상을 버리고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떠나는 모습이요, 중장은 비파를 메고 서쪽 호수로 가는 멋을 그렸다. 종장은 갈매기와 벗하는 한적함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