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山中에 麝香놀애/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23. 07:35
77. 山中에 麝香놀애/ 작가 미상
[원본]
山中에 麝香놀애 깁히 들어 숨엇셔도
山裝의 날랜 살을 맛츰내 못 免키는
春風이 헌사하여셔 香내를 뭇처냄이라.
[역본]
산 속에 사향노루 깊은 숲에 숨었어도
산사람 날랜 화살 벗어나긴 어려운 것
봄바람 수다스러워 향 냄새를 묻혀 내니.
[감상]
사향노루가 산사람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을 말하고 있다. 이는, 작가가 사향노루처럼 산 속에 깊이 숨어 살아도 봄바람이 향 냄새를 묻혀 내듯 세상에 알려지게 될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듯싶다. 초장을 본다. ‘사향놀애’는 ‘사향노루’를 가리킨 것이라고 본다. 사향노루는 산 속 깊숙하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중장으로 간다. ‘산장’은 ‘산에서 사냥이나 채약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사냥을 하는 사람이니 사향노루를 보면 잡으려고 화살을 쏠 게 뻔하다. 그 화살을 벗어나간 아무리 빠른 사향노루라도 힘들다. ‘날랜 살은’은 ‘날카로운 화살을’이라는 뜻이다. ‘마침내’가 중장에 들어 있으나 소리걸음을 맞추기 위해서 생략했다. 이번에는 종장으로 간다. ‘춘풍’은 ‘봄바람’인데, ‘봄이 되어야 부는바람’이다. 어쩌면 봄바람처럼 우연히 산을 들른 나그네를 지칭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봄바람은 입이 가볍다. ‘헌사사하여서’는 ‘야단스럽다’라는 뜻으로 ‘수다’이다. 그 때문에 소문이 난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