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거믄고 타쟈하니/ 송계연월옹
시조시인
2023. 12. 25. 06:34
95. 거믄고 타쟈하니/ 송계연월옹
[원본]
거믄고 타쟈하니 손이 알파어렵거늘
北窓松陰의 줄을 언져 거러두고
바람의제 우난 소래 이거시야 듯기 됴타.
[역본]
거문고 타자 하니 손이 아파 어렵기에
북창 가린 솔 그늘로 줄을 얹어 걸어 두니
바람이 저절로 우는 그 소리가 듣기 좋다.
[감상]
송계연월옹(松桂煙月翁)은 조선 영조 때의 가인(歌人)이라고 한다. 태어난 해와 이 세상을 떠난 해는 밝혀지지 않았다. ‘고금가곡’(古今歌曲)의 편찬자라고 하는데, 이름은 모르고 ‘송계연월옹’은 호(號)라고 짐작한다. 이 시조로 보아서 젊어서 벼슬을 하다가 만년에 강호로 돌아왔다고 여겨지며, 일흔 살에 ‘고금가곡’(古今歌曲: 심심풀로 썼다고 함)을 편찬하여 그 안에 자작 시조 14수를 붙였다고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고금가곡 14수 중 세 번째이다. 초장을 본다. 거문고를 탈 때에는 타야 하니 손이 아프다. 저절로 우는 거문고는 없는 법. 그래서 중장을 본다. 꾀를 냈는데, 북창 가린 솔그늘로 가야금처럼 줄을 얹어 걸어 두기로 한다. 그게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그렇게 한다는 말이다. 그럴 듯하지 않은가. 솔 느늘로 악기를 만들다니! 그런데 바람이 저절로 우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를 타는 소리처럼 들리는 게 아닌가. 그 소리를 느긋하게 엿들으니 참으로 듣기가 좋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