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牧丹花 죳타커늘/ 김 진 태
시조시인
2023. 12. 25. 18:36
97. 牧丹花 죳타커늘/ 김 진 태
[원본]
牧丹花 죳타커늘 빗김에 옴겼더니
春風 一夜에 滿院花開 富貴春이라
어듸셔 貧賤을 厭하야 가지고져 하는이.
[역본]
모란꽃 좋다기에 비 온 김에 옮겼더니
봄바람 그 한 밤에 꽃이 가득 잘 사는 봄
어디서 낮음 가난 싫어 가지고자 하느냐
[감상]
김진태(金振泰)는 조선 말기의 풍류객이다. 태어난 해와 이 세상을 떠난 해는 알려져 있지 않다. 자(字)를 ‘군헌’(君獻)이라고 한다. 기록을 보면, 서리(胥吏)의 신분이었다고 하며, 가인들의 모임인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의 일원이었다고 전한다. 입춘가(立春歌) 또는 진선가(眞仙歌) 등 26수가 해동가요(海東歌謠)에 수록되어 있는데, 그 작품의 뜻이 뛰어나고 시속에 물들지 않았다는 평을 세상에서 듣고 있다.
초장을 본다. ‘목단화’는 ‘모란꽃’이다. 여러 사람이 모란꽃을 좋다고 하여 비가 와서 땅이 축축해졌기에 옮겨 심었다고 한다. 어디로 옮겨 심었을까? 작가가 쉽게 볼 수 있는 창가가 아니겠는가. 중장을 본다.‘춘풍’은 ‘봄바람’이고 ‘일야’는 ‘그 한 밤’이다. 봄이 되자 그 한 밤에 꽃이 가득 피었는데, ‘부귀춘’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잘사는 봄’이라고 했다. 종장을 본다. 여기에 반전이 있다. 빈천을 싫어하면서 어찌 모란꽃을 가지고자 하느냐고 호통을 친다. 그 기개가 내 마음에 쏙 든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