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竹林에 매고 간 乘槎/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26. 08:48
106. 竹林에 매고 간 乘槎/ 작가 미상
[원본]
竹林에 매고 간 乘槎 긔 뉘라셔 글너간고
嚴君平 아니면 呂洞賓의 재조로다
언제나 이 乘槎 만나서 周遊天下 하리오.
[역본]
대숲에 맨 신선땟목 그 누가 끌러 갔나
그 엄준 아니라면 그 여암 재주로다
언제든 이 땟목 찾아 온 세상을 다니리
[감상]
초장을 본다. ‘죽림’은 ‘대나무 숲’이다. 그리고 ‘승사’는 ‘신선이 탔다는 땟목’이다. 이 귀한 땟목을 잘 안 보이는 대숲에 잘 매어 놓고 떠났는데, 누군가 와서 끌러 갔다고 한다. 세상에 곡할 노릇이다.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중장을 본다. 그리 잘 수겨 둔 땟목을 가져 간 이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엄문평’은 중국 한나라의 방술가이며 역학자이다. 그 이름은 엄준(嚴遵)이다. 그리고 ‘여동빈’은 중국 당나라 말엽에 종남산에서 수도하였던 팔선(八仙)의 한 도사이다. 그 이름은 여암(呂巖)이다. 그 사람들이 아니고는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의 재주라고 했다.그러니 얼마나 아쉬웠겠는가. 종장으로 간다. 그는 언제든 이 땟목을 다시 만나서 온 세상을 놀며 돌아다니겠다고 한다. ‘주유천하’는 ‘세상을 두루 놀며 돌아다님’을 뜻한다. 하기야 선선이 탔다는 땟목을 찾기만 한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꿈이 아주 야무지다. 작품이 좋아서인지, 청구영언에는 작가가 이정보로 되어 있기도 하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