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珠簾에 비쵠 달과/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26. 09:01
111. 珠簾에 비쵠 달과/ 작가 미상
[원본]
珠簾에 비쵠 달과 멀리 오난 玉笛소래
千愁萬恨을 내 어이 도도난다
千里에 님 離別하고 잠못 들어 하노라.
[역본]
구슬 발 비친 달과 밀려 오는 옥저 소리
그 많은 근심과 한, 네가 어이 돋우는가
먼 곳에 임과 헤어져 잠 못 들고 있다네.
[감상]
초장으로 간다. ’주렴‘은 ’구슬 따위를 꿰어 만든 발‘이다. 보기에 얼마나 아름답고 흔들면 울리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거기에다 은은한 달빛이 비치고 더 보태어서 옥저 소리까지 나니 분위기가 최상일 터이다. ’옥저‘는 ’청옥이나 황옥으로 만든, 대금 비슷한 취악기‘이다. 중장으로 간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근심과 한도 돋우는 모양이다. 그래서 작가는 ’그 많은 근심과 한‘을 네가 어이 돋우는가라고 질타한다. ’천수만한‘은 ’온갖 근심과 한‘을 가리킨다. 그 까닭이 있다. 그게 바로 종장이다. 그는 임과 헤어져서 잠 못 들고 있다. 아무리 구슬 발이 아름답고, 뜨는 달 또한 아름다우며, 들리는 옥저 소리가 아름답게 들려도 그에겐 아무 소용이 없다. 그의 마음에는 오직 헤어진 임 생각뿐일 테니까. 사람이 즐거우면 온갖 것이 다 자기를 축하하고 있는 듯이 느끼곤 한다. 그러나 깊은 수심에 잠겼을 때는 주위의 모든 것이 자기를 놀리는 듯싶은 느낌을 갖는다. 모두 자기 중심적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