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玉에는 틔나잇지/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28. 06:20
130. 玉에는 틔나잇지/ 작가 미상
[원본]
玉에는 틔나잇지 말곳하면 다 님이신가
내 안 뒤혀 남 못뵈고 天地간에 이런 답답함이 또 인난가
왼 놈이 왼 말을 하여도 님이 斟酌하시소.
[역본]
옥에는 티나 있지 말만 하면 다 임인가
속 뒤집어 임 못 뵈고 이런 답답 다시 없네
그른 자 그른 말 하여도 임이 그저 헤아려요.
[감상]
초장을 본다. ‘말곳하면’은 ‘말만 하면’이다. 옥에는 티가 있는데,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의 흠은 생각하지도 않고 말로만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임 또한 그 속을 알 수가 없으니, 그 말을 믿는 수밖에. 중장을 본다. ‘내 안 뒤혀 남 못뵈고’는 ‘내 속을 뒤집어 임에게 보이지도 못허고’라는 뜻이다. 그러니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천지간에’는 필요 없는 말이 들어간 것 같아서 생략하였다. 시조도 시이기에 군더더기는 빼 버리는 게 좋다고 여긴다. 종장으로 간다. 그른 말 내뱉는 자가 있어도 그러려니하고 임이 그저 헤아리라는 뜻이다. ‘짐작’은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 잡아 헤아림’을 나타낸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흠이라면 누구나 그것을 보고 그렇구나 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지껄이는 말만 듣고 그걸 믿는 일이란 정말 어렵다.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믿을 수도 없으니 난처한 일이 아닌가. 그러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하는 수 없이 헤아리라고 말한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