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玉으로 白馬를 삭여/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28. 06:22
131. 玉으로 白馬를 삭여/ 작가 미상
[원본]
玉으로 白馬를 삭여 洞庭湖에 흘니 싯겨
草原長堤에 바 느려 매엿다가
그말이 풀떠더 먹거든 님과 離別하리라.
[역본]
옥으로 백마 쪼아 동정호에 잘 씻겨서
풀 많은 들판에다 밧줄 늘여 매었다가
그 말이 풀을 먹거든 그때 임과 헤어질게.
[감상]
초장을 본다. ‘백마를 삭여’는 ‘백마를 조각한다.’라는 말일 성싶다. 그렇게 옥으로 만든 말을 동정호 물에 잘 씻긴다고 했다. ‘동정호’는 ‘중국 호남성에 있는 큰 호수’이다. 중국 5대 호수 중 하나인데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하필이면 그 먼 동정호인가? 귀하게 만든 말이니 유명한 호수의 물로 씻긴다는 말이겠지. 중장으로 간다. 잘 씻긴 다음에는 풀이 많은 들펀에 밧줄을 늘여 매어 놓는다고 했다. 밧줄은 왜 늘일까? 그야 넓은 면적의 풀을 뜯게 하기 위함이리라. 그리고 종장으로 간다. 그 말이 그때 풀을 먹어야 임과 헤어지겠단다. 플을 안 먹으면? 그야 헤어질 수 없는 일이다. 참으로 억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옥으로 만든 백마도 어이가 없는 일이거늘, 그 말이 풀을 뜯어먹는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러니 영영 임과 헤어질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래도 여기에는 귀여움이 있다. 그냥 막무가내로 안 헤이겠다고 떼를 쓰는 것보다야 사랑스럽다. 이 말에 그 임도 빙그레 웃을 게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