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前村에 鷄聲滑하니/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1. 8. 06:29
192. 前村에 鷄聲滑하니/ 작가 미상
[원본]
前村에 鷄聲滑하니 봄消息이 갓가왜라
南窓에 日暖하니 閤裏梅 푸르럿다
兒㝆야 盞 가득 부어라 春興계워 하노라.
[역본]
앞 마을에 닭 잘 노니 봄소식이 가까워라
남쪽 창에 해 잘 드니 규방 매화 푸르구나
여봐라 잔 가득 부어라 봄의 흥을 못 참겠다.
[감상]
초장으로 간다. ‘前村에 鷄聲滑하니’는 ‘앞마으릐 닭의 울음 소리가 부드러우니’리는 뜻이다. 나는 이를 소리걸음에 맞추어서 ‘닭 잘 노니’라고 했다. 닭들이 잘 놀고 있다는 말은 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다. 이제 닭들도 병아리를 까서 앞마당을 돌아다닐 게 아닌가. 그 풍경을 상상만 해도 웃음꽃이 저절로 피어난다. 닭들도 이미 그걸 알고 있을 터이다. 중장으로 간다. ‘ 南窓에 日暖하니’는 ‘남쪽으로 난 창에 햇빛이 따뜻하니’라는 말이다. 나는 이를 시조의 소리걸음에 맞게 ‘남쪽 창에 해 잘 드니’라고 했다. 해가 잘 들면 따뜻할 테니까. 그리고 ‘합리매’는 ‘규방 속의 매화’를 가리킨다. ‘규방’은 ‘부녀자가 거처하는 방’이다. 해가 따뜻하게 잘 드니 외진 곳에 깊숙이 있는 규방의 매화도 푸르다. 다 이게 봄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종장으로 간다. 그러니 어찌 술이 빠질 수 있겠는가. 잔 가득 술을 채우라고 재촉한다. 이제 곧 올 ‘봄의 흥취’를 참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봄은 봄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