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 김 재 황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맷 돌
김 재 황
어쩌다 그대 몸은 그렇듯이 얽었어도
끝까지 그 삶이야 동그란 사랑이었소
무겁게 가슴에 안은 원한조차 갈아 내는.
원래는 땅 속에서 벌겋게 끓었을 텐데
그 정열 잠재우고 무언으로 머문 그대
누군가 다시 껴안고 긴 숨결을 불어넣었소.
가만히 귀 기울이면 천둥소리 머금은 듯
세상에 전하는 말 연거푸 외고 있건만
우리는 알지 못했소, 돌아가는 어지러움에.
(시작 노트)
몇 년 전, 어느 민속품 수집가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나는 그 집의 마당에 디딤돌로 깔려 있는 많은 맷돌을 보고 놀랐다. ‘맷돌이 이제는 이렇게도 쓰이는구나.’하는 생각에, 긍정적이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 구석에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맷돌은 여성들이 주로 다루었다. 맷돌의 역할은 곡식을 탈곡하고 제분하며, 물에 불린 콩을 갈아서 콩국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음식의 장만을 담당했던 여성들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맷돌질을 할 때는 한 사람보다도 두 사람이 마주앉아서 해야 쉽다. 두 사람의 호흡이 맞아야 한다. 그렇게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마주보고 정답게 웃으며 맷돌질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맷돌은 곰보처럼 얽은 둥글넓적한 2개의 돌을 아래와 위로 먼저 겹쳐 놓는다. 그리고 아랫돌의 중심에 박은 중쇠를 윗돌 중심부의 구멍에 맞춘다. 그런 다음, 윗돌의 입에 곡식을 넣고 윗돌 옆에 달려 있는 맷손을 잡아서 오른쪽으로 돌린다. 이 때에는 한 사람은 손잡이를 돌리고, 다른 한 사람은 맷돌의 입에 곡물을 넣는다. 맺돌을 돌릴 때에는 아래쪽에 커다란 함지박을 놓아 두거나 포대 등을 깔고 맷돌에서 갈려 나오는 곡식이나 가루를 받는다.
살기 어려웠던 시절,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보리나 밀을 갈았고, 또 가난을 맷돌에 넣어서 함께 갈았다. 그 때의 맷돌 소리는 듣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