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덕시종/ 김 재 황
[내 사랑, 녹색 세상] 편
봉덕사종
김 재 황
세상에 태어나서 녹만 슬며 지내다가
몸뚱이를 불에 던져 용광로속 끓던 쇳물
번뇌도 함께 녹아서 구름 무늬 이루었다.
종대를 의지하면 침묵은 더욱 무겁다
잠든 혼을 깨우려는 당목의 옹골찬 뼈대
여명에 명치를 치면 저 하늘도 쩡쩡 운다.
흐르는 긴 세월에 정한이야 깊고 시려
슬픔 띄운 강 한 자락 감싸안은 선정이여
불현듯 깨달음 얻어 그 물소리 놓고 간다.
(시작 노트)
봉덕사종(奉德寺鐘)은, 통일신라 시대인 771년에 만든 동종(銅鐘)으로 국보 제29호이며, 경상북도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높이 333㎝에 입지름 227㎝이다. 일명 ‘에밀레종’이라고 한다.
이 종은 원래 경주 ‘봉덕사’에 있었으나, 1460년(세조6년)에 영묘사(靈廟寺)에 옮겨 걸었고, 홍수로 절이 떠내려가고 종만 남게 되자, 봉황대(鳳凰臺) 옆에 종각을 짓고 보존하였다. 그 후, 1915년 8월, 종각과 함께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국립박물관으로 이전하였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큰, 통일신라 시대의 대표적인 범종이다.
봉덕사종은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찬양하기 위하여, 구리 12만 근을 녹여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완성은 경덕왕의 아들인 혜공왕(惠恭王) 7년에 가서야 이루어졌다. 이 종은 클 뿐만 아니라, 아름답다. 종의 아랫부분인 입 둘레에 구름 모양의 장식이 있고, 허리 부분에는 ‘당좌’(撞座)가 앞뒤로 새겨져 있다. 이 당좌는 바로 타종하는 장소인데, 그 곳을 제대로 쳐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그 옆에는 ‘공양천인상’(供養天人像)이 조각되어 있고, 종의 가슴에서 어깨로 올라가면 ‘유곽’(乳廓)의 무늬가 있으며, 종의 어깨에는 구름 무늬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종만의 특징인 ‘음관’(音管)이 있다. 이들 범종의 소리는 우주를 감싸안듯 장중하고 폭이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