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신불산에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4. 1. 28. 06:38

                신불산에서

 

                                             김 재 황

 

외로움에 떼밀려서 산자락을 밟고 서면

개비자 순한 잎새 마주보며 깨어 있고

명상의 녹차 향기가 폐부 깊이 스며든다.

 

반짝이며 흘러내린 석간수에 마음 씻고

먼 하늘 바라보면 출렁이는 물결 소리

적막을 깔고앉아서 안식의 손 잡아 본다.

 

산 위는 숲이 없고 억새만 무성한 분지

자유를 얻은 염소 홀로 사는 세상인데

이따금 하얀 신선이 빈 몸으로 찾아온다.

 

 

(시작 노트)

 

  3년이 흘렀다. 그 때, 삼성 그룹에서는 용인자연농원의 개발사업을 계흭하고 있었다. 그 사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농업전문가들이 필요했다. 나는 타의에 의해서 그 공채시험을 치게 되었고, 중앙일보사의 농업직 3급 사원이 되었다.

나는 용인자연농원팀의 한 사람으로 과수 분야의 기획을 담당하였는데, 이병철 회장은 나를 자주 찾았다. 한 번은 그분이 나에게 말했다. “언양 공장에 가 보았나?” 언양 공장이란, 언양에 있는 삼성 NEC를 가리키는 말이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내가 그 곳에 갈 일이 있을까마는, 그분은 그렇게 나에게 물었다.

  “아직 못 갔습니다.” 내 대답에 이병철 회장은 당장에 내일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다. 그 다음날, 현장에 도착하여, 그 곳 공장 직원의 안내를 받았다. 그 공장부지가 30만 평이나 되었다. 물론, 공장 건물이 세워진 외에 대부분이 유휴지였다. 그분이 왜 나에게 그 땅을 둘러보라고 하였는지,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서울로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의 대안을 생각했다.

  회사에 출근을 하자마자, 회장실에서 호출이 왔다. 이병철 회장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물었다. “어떻던가?” 생각해 두었던 대로, 밤나무 단지를 조성했으면 좋겠다고, 나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분은 무릎을 쳤다. 그렇게 되어, 일사천리로 밤나무 단지는 조성되기에 이르렀다. 바로 그 현장의 뒷산이 신불산이었으니, 내가 그 산과 인연을 맺게 된 동기가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