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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덕 위에는 지난날 전쟁의 잔재인 낡은 대포가 덩그렇게 놓여 있었습니다. ‘잔재’(殘在)는 ‘남아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고 ‘덩그렇게’는 ‘높이 우뚝 솟아서 헌거롭다.’는 말입니다. ‘헌거롭다.’가 무슨 뜻인지는 아시지요? ‘풍채가 좋고 의기가 당당하다.’라는 의미이지요. 그러고 보니 ‘풍채’(風采)라는 말도 좀 어렵군요. 이는, 사람의 ‘드러나 보이는 겉모양’을 말합니다.
그 대포는 예전에 제노바 군대가 쓰던 무기입니다. ‘제노바’라고 하면 밥맛이 없을 겁니다. 불한당 같은 제노바였으니까요. ‘불한당’(不汗黨)이란, ‘옛날에 무리를 지어서 돌아다니며 나쁜 짓을 일삼던 강도떼나 화적떼들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그냥 ‘한당’(汗黨)이라든가 ‘화적’(火賊)이라고도 불렀지요. 오늘날에는 ‘떼를 지어 다니며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거나 ‘파렴치한 행동으로 남의 재물을 마구 빼앗는 무리들’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야 뭐, 그들이 개과천선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은 ‘지난날의 허물을 고치고 착하게 됨’을 이릅니다. 다른 말로는 ‘개과자신’(改過自新)이라고도 하지요.
그러나 나폴레옹은 조금도 개의하지 않았습니다. ‘개의’(介意)는 언짢은 일 따위를 ‘마음에 두어 생각함’을 뜻합니다. 그는 그저 그 대포를 말처럼 걸터타고 놀았습니다. 버려진 대포는, 말처럼 타고 놀기에 십상입니다. ‘십상이다’에서 ‘십상’은 ‘십성’(十成)이 변한 말인데, ‘십성’은 본래 황금의 품질을 10등급으로 구분했을 때에 ‘첫째 등급’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십상이다’는 ‘아주 훌륭한 물건이나 어떤 일이 썩 잘된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렇듯 본래는 훌륭한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보통으로 사용할 때에 ‘꼭 들어맞는다. 썩 잘 어울린다. 마침 제격이다.’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알고 보면, 이런 무기들은 위험천만합니다. ‘위험천만’(危險千萬)은 ‘몹시 위험함’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 6.25전쟁이 끝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망가진 대포는 물론이고, 버려진 탱크도 있었지요. 그렇듯 큰 무기들은 그래도 덜 위험한 편이지만, 작은 무기들인 ‘지뢰’나 ‘수류탄’이나 ‘폭탄’ 등은 아주 위험합니다. 안 터진 상태인 이 폭탄들을 잘못 건드리거나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다가 터지는 바람에 많은 어린이들이 살상을 당했습니다. ‘살상’(殺傷)은 ‘죽이거나 상처를 입힘’을 뜻합니다. 그 당시에 모든 어린이들이 누란지위에 놓여 있었지요. ‘누란지위’(累卵之危)는 ‘새알을 쌓아올린 것처럼 아슬아슬한 위험’을 가리킵니다. 아직도 내 눈에 생생한데, 그 사고 광경이 참으로 목불인견이라고 할 수 있었지요. ‘목불인견’(目不忍見)은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음’을 나타냅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비무장지대가 있고, 그 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는 조약이나 협정에 의하여 무장이 금지된 완충지대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는 ‘한국휴전협정 전문 제1조’에 의거하여 설치되었는데, 휴전협정이 조인될 당시의 쌍방 군대 접촉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정하여 이 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킬로미터씩 4킬로미터의 폭을 가지는 비무장 지역을 일컫고 있습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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