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수목원 탐방(2) 길을 가다가 두룹나무를 만났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두릅나무. 조금 일찍 왔으면 그 탐스러운 순도 볼 수 있얼을 텐데---. 물에 잎을 따서 넣으면 물이 파랗게 된다는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의 멋진 모습이다. 광릉수목원은 숲을 자랑한다. 우거진 숲이 나를 부른다. 국수나무라는 이름은 그 줄기.. 바람처럼 구름처럼 2010.06.02
관악산 산행기(10) 관악사지를 조금 더 둘러보았다. 반듯반듯한 주춧돌이 나타나 있다. 이 곳에 절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렸을까? 나는 빈 몸으로 올라오기에도 그리 힘이 들었는데---. 절을 지으려면 그 곳에 무엇보다도 꼭 있어야 하는 게 우물이다. 마실 물이 없으면 모든 게 허사이다. 그래서 우물.. 바람처럼 구름처럼 2010.05.24
(다시 시조 30편) 6. 눈물에 대하여 눈물에 대하여 김 재 황 무언가 어둠 속에 깨어짐을 당할 때면 저문 숲에 홀로 서듯 빈 가슴이 시려 와서 서럽게 눈이 젖는다, 저 미운 것 가물대게. 어쩌다 발에 밟혀 깨달음을 얻을 때면 둥근 달이 환히 웃듯 절로 마음 둥둥 떠서 기쁘게 눈이 젖는다, 이 고운 것 출렁대게. 시조 2009.06.27
(다시 시조 30편) 5. 아침 아 침 김 재 황 흐림은 가라앉고 맑음이 떠서 빛나네. 우거진 억새밭이 꿈자리를 정돈하고 새로운 흔들림으로 밝아 오는 우리 이마. 햇살이 날아와서 창을 열라 재촉하고 시린 바람 방문으로 내 공간은 무너지네. 어쩌랴 힘든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것을. 엎드린 담을 타고 나팔꽃이 피어나면 숲에서 .. 시조 2009.06.26
(다시 시 30편) 26. 따스한 안개 따스한 안개 김 재 황 어둠이 걷히는 산봉우리에 숨결 더운 안개가 깔리고 있다. 하늘에 사는 별빛 숲에 내려서 눈물처럼 맺히고, 밤새 나눈 이야기 잎에 떨어져서 꿈처럼 젖고 있다. 고요한 길을 밟고 와서 외로운 창문을 두드리는 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오를수록 험한 산골짜기라도 맨발로 뛰어 .. 시 2009.06.17
(다시 시 30편) 22. 소나기 연가 소나기 연가 김 재 황 마당에 대나무 숲이 일어선다. 빈 가지마다 옛 이야기는 젖어들고 그리운 얼굴들이 죽순처럼 돋아난다. 번쩍번쩍 치는 번개를 따라 우르르 쾅쾅 우는 천둥소리에 어둠 속에 갇혔던 댓잎들이 풀려난다. 까닭 없이 맹꽁이는 왜 그리 울고 보릿고개는 어찌 그리 구불거렸던지 장끼 .. 시 2009.06.12
(다시 시 30편) 5. 기다리는 오두막집 기다리는 오두막집 김 재 황 날이 저물고 사방이 어두워졌으니 쉴 곳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속에서 어둠 저 편에 오솔길이 나타나고 그 끝에 작은 불빛 한 점이 반짝인다. 간 적 없었어도 작은 오두막집 지친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으리니, 낡은 쪽마루에 그분이 앉�� 계시리.. 시 2009.05.21
(자선시조 30편) 27. 내 마음에 발을 치고 내 마음에 발을 치고 김 재 황 나서기 좋아하니 꽃을 못 피우는 걸까 오히려 숨었기에 저리 환한 제주한란 그 모습 닮아 보려고 내 마음에 발을 친다. 햇빛도 더욱 맑게 조금씩 걸러 담으면 일어서는 송림 사이 산바람은 다시 불고 물소리 안고 잠드는 원시의 숲이 열린다. 반그늘 딛고 사니 모든 일이 .. 시조 2008.11.24
(자선시조 30편) 16. 녹차 한 잔 마시며 녹차 한 잔 마시며 김 재 황 따르는 물소리로 저 먼 얘기 담겨 오면 마른 잎에 잠들었던 푸른 향기 깨어나고 김 서린 찻잔의 둘레로 젊은 꿈이 돌아온다. 입술을 살짝 대니 대번에 열리는 봄빛 가라앉은 마음속에 숲이 일어나 웃는다. 눈감고 한 모금 마시면 더워지는 고향 언덕. 시조 2008.11.12
(자선시 30편) 27. 숫된 새벽 숫된 새벽 김 재 황 안개를 밟고 산을 오른다. 고요에 싸여 있는 먼동 다듬어지지 않았으므로 들쭉날쭉한 가난한 나무들, 어둠을 벗고 숲이 일어서기도 전에 벌써 기침하는 산 울림만이 손끝에 남고 찬란한 느낌으로 무릎을 꿇는다. 그분은 눈빛 찬찬히 내려다보시는데 나는 내 마음밖에 드릴 게 없어.. 시 200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