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아니 '멍쯔' 이야기 22

연재를 끝내며(녹시 김 재 황)

연재를 끝내며 사람이 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길’과 ‘베풂’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기가 정하여 걸어가고자 하는 ‘나의 길’을 얻고자 함이겠지요. 그 길은, 남이 좋다고 하는 길이 아니라, 자기가 좋다고 여기는 길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가 그 길을 아주 즐겁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여야 합니다. 나는 심사숙고한 끝에 ‘나의 길’을 ‘시인의 길’로 정했습니다. 누가 무어라고 하든지, 나는 이 길이 즐겁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고달픈 길이지만,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시상을 떠올리며 산기슭을 산책하는 기쁨을 그 무엇에 비교하겠습니까? 정말이지 제 한 몸만을 위하여 살아간다면 마지막 눈을 감을 때에 그리 큰 보람을 얻지 못할 것만 같습니..

20. 옛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벗을 삼는다(글: 녹시 김 재 황)

20. 옛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벗을 삼는다 맹자는 이제 마음을 모두 비웠습니다. 바람처럼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을 겁니다. 그래서 오로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그의 온 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어느 하루는 제자인 ‘만장’(萬章)이 스승인 맹자에게 말했습니다. “감히 벗 사귀는 도리를 여쭈어보겠습니다.”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나이 많은 것을 자랑삼아 내세우지 말고 지위 높은 것을 자랑삼아 내세우지 말며 형제의 힘까지도 자랑삼아 내세우지 말고 벗을 사귀어야 한다. 벗의 사귐은 그 사람의 베풂을 벗으로 삼는 것이기에 자랑삼아 내세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맹자는 예를 들어서 예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덧붙인 다음에,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존중하는 것을 ‘귀한 이를 귀하게 여긴다..

19. 저들이 부를 내세우면 나는 인으로 대하겠다(글: 녹시 김 재 황)

19. 저들이 부를 내세우면 나는 인으로 대하겠다 그 후, 맹자는 태어난 곳인 추(鄒) 나라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모든 힘을 쏟았습니다. 그 당시에 맹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해서 어찌 갑옷을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못하겠느냐? 다만,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상하지 못할까 걱정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상할까 걱정한다. 굿을 하는 무당과 관을 짜는 목수가 또한 그렇다. 그러므로 직업을 선택할 때는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공자께서도 ‘인자한 고장에 사는 게 좋다. 사는 데를 가려서 인자한 마을에 살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고 하겠느냐?’라고 하셨다. 어짊은 하늘의 존귀한 벼슬이요, 사람의 편안한 집이다. 아무도 막는 ..

18. 눈동자는 악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글: 녹시 김 재 황)

18, 눈동자는 악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기원전 312년, 맹자는 61살이 되었습니다. 맹자는 7년 동안이나 머물던 제(齊) 나라를 떠나서 송(宋) 나라를 지나가게 되었지요. 그리고 송 나라에서 ‘송경’(宋徑)과 만나게 됨으로써 그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후, 맹자는 송(宋) 나라에서 설(薛) 나라, 즉 임(任) 나라로 갔답니다. 맹자는 함께 길을 가는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어진 정치를 하면 번영하고, 어진 정치를 하지 못하면 굴욕을 당한다. 지금 굴욕당하기를 싫어하면서 어진 정치를 하지 않는 채로 있는 것은, 마치 습기를 싫어하면서도 낮은 곳에 머무는 것과 같다. 만약에 굴욕당하기를 싫어한다면, 덕이 있는 이를 높이고 선비를 존중하는 게 가장 낫다. 그래서 현명한 자는 벼슬자리에 있게 되고, ..

17. 그때는 그때이고 이때는 이때이다(글: 녹시 김 재 황)

17. 그때는 그때이고 이때는 이때이다 맹자가 제(齊)나라를 떠날 때에, 길가에서 제자인 충우(充虞)가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유쾌하지 않으신 듯이 보입니다. 예전에 제가 선생님께 듣기로는 ‘군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도 않는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그때이고 이때는 이때이다. 오백 년에 반드시 천하에 성왕이 나타나고 그동안에는 반드시 이름을 떨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주(周)나라가 시작된 이래로 칠백여 년이 지났다. 햇수로 따져도 이미 2백 년이나 지났다. 시기로 따져 보면 일어날 만한 때이다. 그러나 저 하늘이 아직도, 어지러운 천하가 잘 다스려지기를 원치 않고 있다. 만일 천하가 태평하게 다스려지기를 바란다면 지금 이 세상에서 나를 버리고 그 누가 있겠는가? 이..

16. 바라보고 가는 것은 '어짊'이라는 한 가지이다(글: 녹시 김 재 황)

16. 바라보고 가는 것은 ‘어짊’이라는 한 가지이다 기원전 314년, 맹자는 59살이 되었습니다. 맹자의 권유를 뿌리치고 제(齊) 나라가 연(燕) 나라를 정벌하였으니, 맹자는 제(齊) 나라에 더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맹자는 제 나라 객경 노릇을 그만두고 추(鄒)나라로 돌아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제(齊) 나라 선왕(宣王)이 맹자에게 손수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전날에 만나보기를 원했지만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한 조정에서 모실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과인을 버리고 돌아가시겠다고 하시니, 이 뒤에도 계속 만나 볼 수가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감히 그렇게 하자고 청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그렇게 되기를 원합니다.” [‘前日願見而..

15. 덕성이 속에 가득차면 '아름답다.'라고 한다(글: 녹시 김 재 황)

15. 덕성이 속에 가득차면 ‘아름답다’라고 한다 하루는 제(齊) 나라 사람인 ‘호생불해’(浩生不害, ‘불해’가 이름임)라는 사람이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제자인 ‘악정자’(樂正子)는 어떠한 사람입니까?” “착한 사람이고 미더운 사람이오.” “무엇을 ‘착하다’라고 하며, 무엇을 ‘미덥다’라고 합니까?” “하고자 함이 옳은 것을 ‘착하다’라고 하며, 착한 덕성을 자기 몸에 지니고 있으면 ‘미덥다’라고 하오. 착한 일을 힘써서 하여 그 덕성이 속에 가득 차면 ‘아름답다’라고 하며, 그 덕성이 가득 차서 밖으로 빛나면 ‘훌륭하다’라고 하오. 그 덕성이 훌륭해서 남을 느끼도록 하여 마음이 변하게 만들면 ‘거룩하다’라고 하며, 거룩해서 알 수 없는 경지에 이르면 ‘신령하다’라고 하오. 악정자는 앞의 두 가..

14. 왕이 음악을 좋아하면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글: 녹시 김 재 황)

14. 왕이 음악을 좋아하면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 제(齊) 나라 선왕(宣王)이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이웃 나라와 사귀는 데에도 방법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오직 어진 자만이 큰 나라로써 작은 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직 슬기로운 자만이 작은 나라로써 큰 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 큰 나라로써 작은 나라를 섬기는 이는 하늘의 뜻을 즐기는 이요, 작은 나라로써 큰 나라를 섬기는 이는 하늘의 뜻을 두려워하는 이입니다. 하늘의 뜻을 즐기는 자는 천하를 보전하고, 하늘의 뜻을 두려워하는 자는 그 나라를 보전합니다.” [有, 惟仁者 爲能以大事小. 惟智者 爲能以小事大. 以大事小者 樂天者也, 以小事大者 畏天者也. 樂天者 保天下, 畏天者 保其國.(유, 유인자 위능이대사소. 유지자 위능이소사대. 이대사소자..

12. 모든 사람에게 그 마음이 미치게 한다(글: 녹시 김 재 황)

12. 모든 사람에게 그 마음이 미치게 한다 위(魏) 나라 혜왕(惠王)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생각을 하고 있자, 맹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니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맹자는 제자인 공손추(公孫丑)에게 말했습니다. “양 나라(梁, 또는 위魏 나라) 혜왕은 어질지 못한 임금이다. 어진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으로써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그 마음이 미치게 한다. 그러나 어질지 않은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그 마음이 미치게 한다.” [不仁哉 梁惠王也. 仁者, 以其所愛 及其所不愛. 不仁者, 以其所不愛 及其所愛.(불인재 양혜왕야. 인자, 이기소애 급기소불애. 불인자, 이기소불애 급기소애.) 14-1] 공손추가 물었습니다. “그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11. 임금과 백성이 함께 즐거워해야 한다(글: 녹시 김 재 황)

11. 임금과 백성이 함께 즐거워해야 한다 맹자가 등(滕) 나라에 있을 때, 공도자(公都子)가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등(滕) 나라 임금의 아우인 ‘등갱’(滕更)이 선생님 밑에 와 있으니, 예로 대해 주실 만합니다. 그런데 그의 물음에 대답해 주지 않으신 까닭이 무엇입니까?” 맹자가 말했습니다. “귀한 신분을 내세우고 와서 묻는 사람이거나, 잘난 재간을 내세우고 와서 묻는 사람이거나, 나이가 많음을 내세우고 와서 묻는 사람이거나, 공훈을 내세우고 와서 묻는 사람이거나, 안면을 내세우고 와서 묻는 사람 등에게는 모두 대답해 주지 않는다. 그런데 ‘등갱’은 그 가운데 두 가지를 내세우고 왔다.” [公都子曰 ‘滕更之在門也, 若在所禮, 而不答何也?’ 孟子曰 ‘挾貴而問 挾賢而問 挾長而問 挾有勳勞而問 挾故而問 皆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