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068

없다!/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없다! 김 재 황 참말로 예쁜 꽃이 고운 빛깔 지녔을까,되쏘는 햇빛들이 눈에 닿는 온갖 분산모두가 눈 느낌일 뿐 아무것도 없다네. 정말로 멋진 노래 좋은 소리 담았을까,날아온 울림들이 귀를 흔든 여러 파장모두가 귀 떨림일 뿐 아무것도 없다네. 진짜로 가진 물건 나의 소유 마땅할까,세상을 살자니까 얼마 동안 오직 차용모두가 돌려줄 것뿐 가져갈 게 없다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7.02

만다라/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만다라 김 재 황 깨달음 찾으려고 절로 가는 사람 많지어떻게 오직 그게 거기에만 있는 건가,불현듯 얻고 싶거든 끊임없이 또 묻게. 병에다 넣은 새를 키우고서 어찌 빼나,부처가 되려는 것 깊을수록 헤매게 돼차라리 병을 없애면 갇힌 새도 없도다. 연못에 꽃이 피면 바로 연꽃 아니던가,화두가 말뚝인 줄 알고 나니 우습구나,쉬다니 무슨 말이냐 걷는 길만 있다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7.01

홍어에게 묻는다/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홍어에게 묻는다 김 재 황 널찍한 몸이기에 그 이름을 달고 사니만나진 않았으나 동그랗게 바람 몇 번어쩐지 싸한 느낌이 드는 까닭 무언가. 숨기를 잘하니까 갈색 옷을 갖춰 입고참느니 숨결이요 살피느니 작은 두 눈잘못이 어디 있는지 누구든지 다 안다. 끓여서 먹지 않고 이제 그리 삭히는가,막걸리 마시면서 곁들이는 안주 몇 점어찌해 걸어 말리며 누구 미움 되씹나.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30

카산드라 크로싱/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카산드라 크로싱 김 재 황 돌림병 퍼진 일이 어찌 이리 비슷할까,거슬러 사십 년이 훨씬 지난 영화인데전파된 방식과 통로 닮을 수가 있는가. 어둠이 길어지니 정해진 길 뛰는 열차향하는 곳이라면 이미 낡은 폐쇄 철교 누군가 검은 웃음을 지을 것만 같구나. 감염된 사람들을 따로 두는 동일 방침다른 건 병원균을 죽게 하는 방법인데산소가 효력 있음을 새겨 봐야 하리라.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9

늪/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늪 김 재 황 무언가 깊은 음모 있을 법한 일이지만파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지,얼마나 오래 묵은진 그 빛깔이 말하네. 빠지면 못 나오는 검정 유혹 지녔으니가까이 안 가는 게 상책이지 않겠는가,언제나 밤길을 갈 땐 조심해야 한다네. 말끔히 썩고 나서 수렁 진흙 쌓이는데 아무리 밝더라도 눈으로는 볼 수 없지,자잘한 과거 일들이 꽃가룬 양 묻혔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6

도요새/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도요새 김 재 황 귀 닳게 묻는다면 아버지가 좋아한 새떠나온 이북 땅인 통천에서 보던 모습하늘에 새카맣게 뜬 비상의 꿈 그린다. 머나먼 지역에서 때에 따라 찾는 철새텃새인 참새보다 조금 큰데 볼품 적고부리는 제법 길지만 지닌 꽁진 짧다네. 쉽사리 볼 수 있던 섬진강이 흐려졌나,지금은 어렵사리 보게 되니 그게 문제이 새가 날지 않으면 목마름에 괴롭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5

장수하늘소/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장수하늘소 김 재 황 아무도 알지 못할 어둠만을 지닌 전생하늘로 구부러진 턱을 지닌 까닭 뭔가,창 막듯 작은방패판 노란 털로 덮인다. 몸 아래 번드르르 녹색을 띤 갈색인데잘 태운 구릿빛을 짙게 바른 딱지날개이만큼 생김 갖추면 모든 이가 높인다. 송곳을 숨긴다고 머리 삐죽 안 내밀까,많은 닭 모인 곳에 학이라면 어떠할까, 더 오래 천연기념물 살아 주기 바란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4

재첩국/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재첩국 김 재 황 젊어서 부산으로 출장 간 적 있었는데자정에 잠을 찾고 첫새벽이 밝았을 때구슬픈 행상 외침이 깊은 꿈을 깨웠네. 밤늦게 출출해서 술 한 잔을 마셨는데내오는 아침상에 비로 이 국 놓였으니온천장 묵은 여인숙 고르는 일 잘했네. 마시면 가슴 속이 시원한 게 제일인데씹히는 조갯살에 번져 오는 바다 냄새늙어서 등대를 보듯 내 마음이 달렸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