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없다! 김 재 황 참말로 예쁜 꽃이 고운 빛깔 지녔을까,되쏘는 햇빛들이 눈에 닿는 온갖 분산모두가 눈 느낌일 뿐 아무것도 없다네. 정말로 멋진 노래 좋은 소리 담았을까,날아온 울림들이 귀를 흔든 여러 파장모두가 귀 떨림일 뿐 아무것도 없다네. 진짜로 가진 물건 나의 소유 마땅할까,세상을 살자니까 얼마 동안 오직 차용모두가 돌려줄 것뿐 가져갈 게 없다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7.02
만다라/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만다라 김 재 황 깨달음 찾으려고 절로 가는 사람 많지어떻게 오직 그게 거기에만 있는 건가,불현듯 얻고 싶거든 끊임없이 또 묻게. 병에다 넣은 새를 키우고서 어찌 빼나,부처가 되려는 것 깊을수록 헤매게 돼차라리 병을 없애면 갇힌 새도 없도다. 연못에 꽃이 피면 바로 연꽃 아니던가,화두가 말뚝인 줄 알고 나니 우습구나,쉬다니 무슨 말이냐 걷는 길만 있다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7.01
홍어에게 묻는다/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홍어에게 묻는다 김 재 황 널찍한 몸이기에 그 이름을 달고 사니만나진 않았으나 동그랗게 바람 몇 번어쩐지 싸한 느낌이 드는 까닭 무언가. 숨기를 잘하니까 갈색 옷을 갖춰 입고참느니 숨결이요 살피느니 작은 두 눈잘못이 어디 있는지 누구든지 다 안다. 끓여서 먹지 않고 이제 그리 삭히는가,막걸리 마시면서 곁들이는 안주 몇 점어찌해 걸어 말리며 누구 미움 되씹나.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30
카산드라 크로싱/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카산드라 크로싱 김 재 황 돌림병 퍼진 일이 어찌 이리 비슷할까,거슬러 사십 년이 훨씬 지난 영화인데전파된 방식과 통로 닮을 수가 있는가. 어둠이 길어지니 정해진 길 뛰는 열차향하는 곳이라면 이미 낡은 폐쇄 철교 누군가 검은 웃음을 지을 것만 같구나. 감염된 사람들을 따로 두는 동일 방침다른 건 병원균을 죽게 하는 방법인데산소가 효력 있음을 새겨 봐야 하리라.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9
안개꽃/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안개꽃 김 재 황 다발로 안고 보면 발걸음이 꿈길 가듯아무 말 없었으나 수줍은지 입만 벙긋가슴에 새하얀 새가 떠날 줄을 모른다. 늙어도 내 마음이 젊은 까닭 알아야지단서는 아예 없고 이름조차 모를 소녀흐릿한 기억 하나로 온 여름이 가볍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8
새와 나/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새와 나 김 재 황 낮에는 목을 빼고 하늘 높이 날아가고저물면 날개 접을 둥지 찾아 떠나는데무엇이 다른 것인지 바람길이 바쁠 뿐. 나무가 모여 사는 숲이 좋아 살아가고열매가 불을 켜는 가을 맞아 느긋한데무엇이 같은 것인지 구름길이 더딜 뿐.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7
늪/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늪 김 재 황 무언가 깊은 음모 있을 법한 일이지만파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지,얼마나 오래 묵은진 그 빛깔이 말하네. 빠지면 못 나오는 검정 유혹 지녔으니가까이 안 가는 게 상책이지 않겠는가,언제나 밤길을 갈 땐 조심해야 한다네. 말끔히 썩고 나서 수렁 진흙 쌓이는데 아무리 밝더라도 눈으로는 볼 수 없지,자잘한 과거 일들이 꽃가룬 양 묻혔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6
도요새/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도요새 김 재 황 귀 닳게 묻는다면 아버지가 좋아한 새떠나온 이북 땅인 통천에서 보던 모습하늘에 새카맣게 뜬 비상의 꿈 그린다. 머나먼 지역에서 때에 따라 찾는 철새텃새인 참새보다 조금 큰데 볼품 적고부리는 제법 길지만 지닌 꽁진 짧다네. 쉽사리 볼 수 있던 섬진강이 흐려졌나,지금은 어렵사리 보게 되니 그게 문제이 새가 날지 않으면 목마름에 괴롭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5
장수하늘소/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장수하늘소 김 재 황 아무도 알지 못할 어둠만을 지닌 전생하늘로 구부러진 턱을 지닌 까닭 뭔가,창 막듯 작은방패판 노란 털로 덮인다. 몸 아래 번드르르 녹색을 띤 갈색인데잘 태운 구릿빛을 짙게 바른 딱지날개이만큼 생김 갖추면 모든 이가 높인다. 송곳을 숨긴다고 머리 삐죽 안 내밀까,많은 닭 모인 곳에 학이라면 어떠할까, 더 오래 천연기념물 살아 주기 바란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4
재첩국/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재첩국 김 재 황 젊어서 부산으로 출장 간 적 있었는데자정에 잠을 찾고 첫새벽이 밝았을 때구슬픈 행상 외침이 깊은 꿈을 깨웠네. 밤늦게 출출해서 술 한 잔을 마셨는데내오는 아침상에 비로 이 국 놓였으니온천장 묵은 여인숙 고르는 일 잘했네. 마시면 가슴 속이 시원한 게 제일인데씹히는 조갯살에 번져 오는 바다 냄새늙어서 등대를 보듯 내 마음이 달렸네. (2022년) 오늘의 시조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