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조 30편) 15. 팔공산 석굴암 팔공산 석굴암 김 재 황 바람은 살금살금 산등성을 올라가고 물소리는 웅얼웅얼 골을 타고 내리는데 바위벽 좁은 공간에 세 석불이 머문다. 서둘러 천릿길을 셋이 걷는 중이라도 멀찌감치 합장하면 꿈과 같은 천년 세월 마음산 넓게 비우니 먼 정토가 환하다. 시조 2009.07.26
(다시 시조 30편) 8. 호접란 호접란 김 재 황 네가 태어난 곳으로 다시 가기를 꿈꾸며 너와 가장 닮은 정이 흐르는 언덕을 넘어 기억의 연분홍 나비가 긴 꽃대로 날아온다. 너는 거짓을 버리고 젊게 살려고 하지만 네 슬픔을 키워 가는 저 산 너머의 바람들 더 곱게 수줍은 꽃잎이 빈 날개를 펼친다. 시조 2009.06.30
(다시 시조 30편) 3. 백두산 천지에서 백두산 천지에서 김 재 황 벼르고 또 별러서 겨우 날을 잡았건만 올라가니 짙은 안개 수줍은 듯 덮여 있어 마음을 적셔야 할 곳 찾을 수가 없구나. 까마득한 벼랑 아래 어두움은 엎드리고 가파른 비탈 따라 검은 바위 누웠는데 어쨌든 내가 부르는 이름이야 다만 바람. 두 손을 모은 뜻이 하늘끝에 닿았.. 시조 2009.06.23
(다시 시 30편) 20. 아름다운 동박새 아름다운 동박새 김 재 황 어디에 숨어서 기다렸는지 추운 계절에 사랑을 찾아서 너는 명랑하고 우아하게 날아온다. 뜨겁게 앓는 입술로, 변함없이 푸른 가슴으로 동백꽃은 오로지 너를 기다리고 있다. 잘 닦인 부리를 지닌 너는 배고픔을 하얀 눈빛으로 채우며 매우 사랑스럽게 살아간다. 철썩이는 .. 시 2009.06.20
(다시 시 30편) 25. 부끄러운 연꽃 부끄러운 연꽃 김 재 황 꽃 한 송이가 하품 물고 일어서서 가만히 물거울을 내려다본다. 그 안에서는 아주 꼭 닮은 얼굴이 연꽃을 올려다본다. 누가 볼세라 서로 부끄럽구나. 볼이 붉어질수록 더욱 고운 향기 사랑이여 그대�� 멈추어 서서 나를 향해 모두 웃음 지어 보아요. 내 가슴은 금방 물이 들 .. 시 2009.06.15
(다시 시 30편) 21. 겨울 산을 오르면 겨울 산을 오르면 김 재 황 거기, 고요가 살고 있다. 해묵은 기침 소리 모두 잠재우고 두툼한 햇솜이불 넓게 깔아놓고 하얀 숨결이 날개를 접고 있다. 낮아서 더욱 아늑한 자리 시린 바람 불어서 한껏 자유로운 곳 안 말해도 알아듣고 만지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분의 결코 늙지 않는 사랑 졸고 있는 산.. 시 2009.06.10
(다시 시 30편) 13. 떡갈잎 그 손 떡갈잎 그 손 김 재 황 지니고 있는 손이 넓으면, 그 마음 또한 커다랗다고 하였던가. 남에게 베푸는 즐거움으로 그 빛깔은 마냥 푸르기만 하다. 생겨나서 단 하루도 쉴 틈이 없이 부지런히 일에만 매달렸으니 살결이야 당연히 거칠지 않겠느냐. 굵은 힘줄이 드러나 있어서 고단한 네 일상을 짐작하게 .. 시 2009.05.30
(다시 시 30편) 7. 비워 놓은 까치집 비워 놓은 까치집 김 재 황 미루나무 꼭대기에 높이 지은 집 하나 지붕이 아예 없으니 오히려 맑고 밝은 달빛이 정답게 내려앉는다. 그분 쪽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앉으니 고운 손길이 바닥을 가볍게 쓰다듬는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져도 그치면 보송보송 잘 마르는 자리 때로는 사나.. 시 2009.05.23
(다시 시 30편) 6. 클린 벤치 속에서 클린 벤치 속에서 김 재 황 바람이 걸러져서 불어오는 곳 그래서 무균상태인 곳 클린 벤치의 내부처럼 깨끗한 숲속 나는 이곳으로 시를 쓰려고 왔다. 순수 그대로 싹이 날 수 있도록 내 손도 소독하고 그저 가슴에 간직한 말을 살며시 꺼내면 된다. 시 2009.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