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조 30편) 17. 이름에 대하여 이름에 대하여 김 재 황 얼마큼 안고 살아야 나와 한 몸을 이룰지 대문 밖에 내걸어도 낯이 설게 느껴지고 밤마다 날 찾는 소리, 꿈결처럼 들려온다. 목숨보다 중하다고 늘 말하며 살았으나 바람 앞에 섰을 때는 너무 초라한 내 깃발 두 어깨 축 늘어뜨린 그림자를 끌고 간다. 한 걸음씩 조심스레 착한 .. 시조 2008.11.13
(자선시조 30편) 14. 사막을 걸으며 사막을 걸으며 김 재 황 돌덩이가 부서져서 한껏 고움을 이뤘나 정녕 그 단단함이 저리 부드럽게 됐나 풍화의 긴 손놀림을 내 눈으로 확인한다. 바람이 크게 불면 눈앞에 생기는 언덕 나 혼자 오르기는 엄두가 너무 안 나고 걸음이 어려운 만큼 신기루는 쉽게 뜬다. 목마른 이곳에도 푸른 목숨이 사느.. 시조 2008.11.10
(자선시조 30편) 3.동학사에서 (자선시조 30편) 3, 동학사에서 By 녹시 (0점) 2008-09-25 동학사에서 김 재 황 골짜기 가린 숲에 머문 새는 잠이 들고 꿈결에 뒤척이면 솔 냄새가 이는 바람 천수경 외는 소리만 홀로 밤을 새깁니다. 어둠을 밝혀 가는 믿음이 곧 하늘이라 구름은 문을 열어 저승까지 환한 달빛 관세음 고운 눈길이 미소 한 점.. 시조 2008.10.28
(자선시 30편) 25. 바람을 지휘하다 바람을 지휘한다 김 재 황 시골의 초등학교 텅 빈 분교에 들러 눈을 감으면 어릴 적, 귀에 익은 작은 손풍금 소리가 날아온다. 더욱 고요와 손을 꼭 잡으면 높은음자리표들이 깡충깡충 뛰어온다. 동시에 어린 소리들이 모두 모여들어, 온 교정이 떠들썩해도 그렇듯 잘 어울리는 것은 저 마당가의 느티.. 시 2008.10.20
(자선시 30편) 22. 지팡이 지팡이 김 재 황 네 걸음은 구름처럼 가벼웠다. 길이 멀고 험할수록 너는 나보다 한 발짝 앞에서 이 땅의 시린 가슴 조심스레 두드려 가며 산을 만나면 산을 넘고 강과 마주치면 강을 건넜다. 그래도 내 젊음이란 천방지축이어서 내민 네 손길 뿌리치고 저만치 홀로 달려가 보기도 했었지만, 결국 작은 .. 시 2008.10.17
(자선시 30편) 17. 우주음악 우주 음악 김 재 황 뜨거운 태양이 이제 풀의 머리 위를 지나가 버리고 바람도 쓸쓸히 떠나고 마지막으로 세상도 어둠에 묻히고 모두가 가 버린 지금 위대한 입술이 풀잎을 위하여 부는 피리 소리 떨리는 느낌으로 외롭게 만나는 우주 음악 내가 풀숲 곁을 걸어가고 내 마음이 풀잎 속으로 들어가고 산.. 시 2008.10.11
(자선시 30편) 15. 위대한 화음 위대한 화음 김 재 황 잎들이 피리 소리를 낸다. 댓잎이 좁은 소리를 지녔는가 하면 오동잎은 넓은 소리를 지녔고, 미루나무 꼭대기의 어린잎이 높은 음성을 내는 반면에 땅바닥에서 구르는 가랑잎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음성을 낸다. 솔잎 소리는 있는 듯 없는 듯 잎들이 모여서 이어 가는 자연의 .. 시 2008.10.09
(자선시 30편) 8. 시치미를 뗄까 시치미를 뗄까 김 재 황 소나기가 내려서 앞동산이 얼굴 씻고 웃는 날 나는 질경이가 되어 볼일 덜 끝낸 구름의 궁둥이나 쳐다볼까 짓궂게 발을 걸어 뛰어가는 바람이나 넘어뜨릴까 그리하다가 그분에게 들키면 짐짓 먼 산 바라보며 시치미를 뗄까 얼굴에 멋쩍은 웃음 흘리며 뒤통수를 긁을까. 시 2008.10.03
(자선시 30편) 4. 광릉수목원에서 (자선시 30편) 4. 광릉수목원에서 By 녹시 (0점) 2008-09-15 광릉수목원에서 김 재 황 어린 임금 내몰던 바람만이 어찌 바람이랴. 거센 말발굽 소리로 무리 지어 능선을 넘는 물빛 바람 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가지에 걸려서 슬피 운다. 앞을 분간하지 못할 안개가 작은 연못을 감싸고 피어오르면.. 시 2008.09.30
(자선시 30편) 2. 다례음복 다례 음복 김 재 황 뵈옵듯 허연 수염 쓰다듬는 바람도 아니고, 구름은 더욱 아닌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 열어 놓은 무릎 앞에 한 잔 푸른 산 기운을 바친다 그저 몸둘 바 모를 속내를 담아 올린다 만경 창파의 까치놀이 왁자지껄 몰려든다 어진 아내의 말소리가 물소리를 데리고 또 쏟아져 .. 시 2008.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