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4. 광릉수목원에서

시조시인 2008. 9. 30. 07:50

(자선시 30편) 4. 광릉수목원에서  
By 녹시   (0점) 2008-09-15
 

    광릉수목원에서




                     김 재 황


 

  어린 임금 내몰던 바람만이

  어찌 바람이랴.

  거센 말발굽 소리로

  무리 지어 능선을 넘는 물빛 바람

  졸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가지에 걸려서 슬피 운다.


  앞을 분간하지 못할 안개가

  작은 연못을 감싸고 피어오르면

  붓꽃 부들 수선화

  그날의 가슴 아픈 역사 이야기

  입 모아 소곤거리고 있는가.

  꽃잎 지도록 반추하고 있는가.


  이긴 자가 반드시 옳은 게 아니라고

  길 따라 나무들이 일어선다.

  계수나무 전나무 잣나무

  우리들 분노처럼 큰 키로 자라나

  저마다 함성 물고 일제히 일어선다.


  그늘진 곳에는 언제나

  지울 수 없이 깔리는 잿빛 어둠

  개별꽃 벌노랑이 애기똥풀

  시름에 젖어서 슬픈 표정을 짓는데

  어디선가 크낙새 한 마리 날아와

  시린 부리로 아픈 일기를 쓴다.


  화살나무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바람이야 아무리 불어도 숲은 결코

  쓰러지지 않으리.

  권력자의 눈 부라린 총부리까지도

  이렇듯 서로 만나 얼싸안은 우리

  물드는 가슴 어쩌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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