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향기
김 재 황
오늘은 그가
냉수 한 바가지 달랑 떠서 들고
나를 찾아왔다.
물푸레마음이 들어앉았던 물인가
맑은 하늘이 가득 담기어 있다.
내가 받아서 마시니
단박에 온 세상이 파랗다
나는 무엇으로 손님을 대접해야 하나
아무것도 내놓을 게 없다.
내가 그저 활짝 흰 이를 내보이니
그는 답례로 더욱 환하게 눈을 감는다.
아, 나는 그예 빚을 지고 마는구나.
그가 말없이
앉았다가 떠난 자리에서
치자꽃 향기 살며시 날개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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