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3. 치자꽃 향기

시조시인 2008. 9. 29. 21:27

            치자꽃 향기




                                        김 재 황


 

  오늘은 그가

  냉수 한 바가지 달랑 떠서 들고

  나를 찾아왔다.


  물푸레마음이 들어앉았던 물인가

  맑은 하늘이 가득 담기어 있다.

  내가 받아서 마시니

  단박에 온 세상이 파랗다

  나는 무엇으로 손님을 대접해야 하나

  아무것도 내놓을 게 없다.

  내가 그저 활짝 흰 이를 내보이니

  그는 답례로 더욱 환하게 눈을 감는다.

  아, 나는 그예 빚을 지고 마는구나.


  그가 말없이

  앉았다가 떠난 자리에서

  치자꽃 향기 살며시 날개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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