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례 음복
김 재 황
뵈옵듯 허연 수염 쓰다듬는
바람도 아니고, 구름은 더욱 아닌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
열어 놓은 무릎 앞에
한 잔 푸른 산 기운을 바친다
그저 몸둘 바 모를 속내를 담아 올린다
만경 창파의 까치놀이 왁자지껄 몰려든다
어진 아내의 말소리가
물소리를 데리고 또 쏟아져 내린다
온 방안을 나풀거리며 돌아
낮은 콧등에 내려앉는 초록빛 향기
물길로 통일로를 단숨에 달려
임진강 나루에 머무는 발걸음, 여기
고향은 주저앉아 난 모르겠네 흔들린다
파르스름히 우려 낸 눈물꽃을 마신다
목구멍을 지나, 무덤 저 편까지 따뜻하다
북극 남극에서 빙설이 녹고
입술마다 이마마다 바다 물빛 차 오른다
허허 웃으며 무너지는 칠성 하늘의
붉힌 노을 속으로
꽃상여가 흘러간다, 질긴 핏줄이 땅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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