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에서
김 재 황
무엇이 이곳으로 걸음을 옮기게 했나
옛 이야기는 바닷가에서 졸고
아직은 벚꽃조차 반기지 않는 이 봄에
어떤 손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나
섬들은 안개 속으로 슬쩍 숨고
하늘은 짙은 구름을 안고 있는데
어쩌자고 나는 이곳으로 무작정 달려왔나
갈매기 몇 마리가 먼 소식을 놓고 간 후
통통배들이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지나온 세월을 소곤거리는 이 밤에
저 연육교는 대체 무슨 생각에 잠기는지,
불빛들이 내 가슴에 뜨겁게 닿으면
아, 어떠한 눈이 나를 못 떠나게 붙잡는가
입술이 모두 꽃으로 피어나고
그 꽃들은 향기로 온 바다를 채우는데
무엇이 이곳에서 너를 만나도록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