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까치집
김 재 황
미루나무 꼭대기에 높이 지은 집 하나
지붕이 아예 없으니 오히려
맑고 밝은 달빛이 정답게 내려앉는다
그분 쪽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앉으니
따스한 손길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한꺼번에 아무리 많은 비가 쏟아져도
그치면 금방 보송보송 잘 마르는 자리
때로는 사나운 바람이 불어와도
숭숭 뚫린 구멍으로 모두 빠지고 말 뿐
가난한 그 집엔 아무런 근심이 없다
지금은 누구든지 와서 편히 머물다 가라고
비워 놓고 떠난 집
별빛들이 내려와서 하룻밤을 묵는다
미루나무 많은 잎들이 소곤거리는 소리
가물가물 자장가 삼아 들으며
저 먼 북극성과 남극성도 함께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