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까치집

시조시인 2005. 11. 5. 23:58
 

                       빈 까치집

 

                                      김 재 황

 

 


  미루나무 꼭대기에 높이 지은 집 하나

  지붕이 아예 없으니 오히려

  맑고 밝은 달빛이 정답게 내려앉는다

  그분 쪽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앉으니

  따스한 손길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한꺼번에 아무리 많은 비가 쏟아져도

  그치면 금방 보송보송 잘 마르는 자리

  때로는 사나운 바람이 불어와도

  숭숭 뚫린 구멍으로 모두 빠지고 말 뿐

  가난한 그 집엔 아무런 근심이 없다

  지금은 누구든지 와서 편히 머물다 가라고

  비워 놓고 떠난 집

  별빛들이 내려와서 하룻밤을 묵는다

  미루나무 많은 잎들이 소곤거리는 소리

  가물가물 자장가 삼아 들으며

  저 먼 북극성과 남극성도 함께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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