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림병 시기에/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돌림병 시기에 김 재 황 얼마나 애가 타게 기다려 온 만남인가,하루도 멀다 하고 마주 보며 즐겼는데어느덧 해가 바뀌고 아홉 달이 지났지. 이따금 전화로나 들어 보는 벗 목소리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일 아니겠나,우리는 해 뜨면 당장 만나기로 정했지. 만남은 꿈 아니게 날이 새자 이뤄졌고느리게 두 사람은 관악산 길 올라섰지,걷다가 한 쉼터에서 식은 점심 들었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3.31
청설모처럼/ 김 재 황 [달을 노래히디] 편 청설모처럼 김 재 황 땅보다 나무 위에 머무는 것 좋아하니삶마저 느긋하게 멀리 볼 수 있겠구나,너처럼 선견지명을 얻게 될 순 없을까. 추워도 겨울잠을 안 자는 것 즐기느니날마다 떳떳하게 깨어 살 수 있겠구나,너처럼 군자지도를 걷게 될 순 없을까. 엎디면 잿빛인데 흰 빛깔인 가슴과 배깨끗함 기뻐하니 믿고 놀 수 있겠구나,너처럼 붕우지신을 갖게 될 날 언젤까.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3.30
대중과 중유/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대중과 중유 김 재 황 공기를 압축하면 그 온도가 높게 되고거기에 바로 중유 분무하여 자연 발화아는가 디젤 자동차 가게 되는 원리를. 많음과 무거움은 지닌 점이 매우 흡사억누른 분위기로 높인 열기 절대 필요듣는가 대중 행렬이 함께 지닌 구호를. 길에서 잘 달림을 물과 같이 여기는데억지로 막는다면 무슨 일이 있게 될까보아라 둑을 허무는 저 당당한 걸음을.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3.29
뻐꾹뻐꾹/ 김 재 황 [달을 노래하다] 편 뻐꾹뻐꾹 김 재 황 젊을 적 찾아간 숲 우거져서 가시덤불헤치며 가는 길에 찔린 상처 나았어도지금껏 머무는 새는 뻐꾹뻐꾹 잘 운다. 이제 난 숲을 잃고 황톳길을 헤매는데바람이 불 때마다 회오리로 닿는 사랑 가슴을 차지한 새가 뻐꾹뻐꾹 또 운다. (2021년) 오늘의 시조 2025.03.28
매미가 나오는 노래/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매미가 나오는 여름 노래 김 재 황 (1)숲길을 걸어가면 맴맴맴맴 매미 소리한여름 무더위도 귀를 막고 맴을 도니그게 또 재미있는지 더욱 맵게 맴맴맴. (2)후두두 소나기에 나무들은 ‘만세!’하고매미들 노래 소린 젖을까 봐 단박에 뚝-한 줄기 내릴 뿐인데 위로 휘는 무지개. (2011년) 오늘의 시조 2025.03.27
딱따구리 그 소리/ 김 재 황 딱따구리 그 소리 김 재 황 어디서 들리는지 닫힌 하늘 닦는 소리오랜만에 안아 보는 나무 기둥 쪼는 소리똑똑똑 조심스럽게 아침 주인 찾고 있다. 기지개 켜는 숲을 곱고 맑게 울린 소리어슴푸레 솟은 산을 깊고 멀게 흔든 소리똑똑똑 여민 부리로 세상 문을 두드린다. (2011년) 동시조 2025.03.26
삼성산 국기봉에서/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삼성산 국기봉에서 김 재 황 험한 바위 하도 많아 발 디디기 힘들어도남들 모두 잘 가는데 내가 어찌 못 오르랴마음 끈 단단히 죄고 저 하늘을 믿었다. 저건 분명 고치바위 빈 날개를 펴는 건가바위틈에 무릇 핀 꽃 톡톡 터진 그 기쁨들긴 한숨 내쉬고 나니 이 자리에 올랐다. (2014년 8월 13일) 오늘의 시조 2025.03.25
삼막사 가는 길/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삼막사 가는 길 김 재 황 넓게는 뚫렸는데 구불구불 가파른 길이따금 자동차가 끙끙대며 오르는 길모두가 비운 맘으로 느릿느릿 걸었다. 바위는 주먹 불끈 힘내라며 응원하고멋쩍게 나와 서서 박수하는 밥풀꽃아새처럼 휘파람 길게 불어보고 싶었다. (2014년 8월 13일) 오늘의 시조 2025.03.24
우면산 둘레길/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우면산 둘레길 김 재 황 열매 단 산딸나무 다가가서 눈 맞추고물소리 따라가면 날 부르는 구름다리아늑한 쉼터 하나가 빈 의자를 내준다. 반기는 꼬리풀에 내 마음을 빼앗기고부처꽃에 손 모으니 디딘 걸음 가뿐한데하나씩 쌓은 돌탑이 긴 강물을 내몬다. (2014년 8월 6일) 오늘의 시조 2025.03.23
마등산 능선/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마등산 능선 김 재 황 가벼운 마음으로 앞선 사람 따랐는데제1봉과 제2봉은 힘 안 들게 올라섰고가다가 기념사진을 넷이 함께 찍었네. 헷갈린 이름처럼 알 수 없는 방향감각 제3봉이 붙잡는데, 가야 할 곳 어디인가,다다른 지리봉에서 다시 돌린 발걸음. (2014년 7월 29일) 오늘의 시조 202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