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산행기(5) 왜 그리 뜸을 들였는지, 이제는 그 이유를 알리라. 바로 '하마바위'를 말하려고 하였다. 나는 이 바위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지나갈 적마다 한 번씩 쓰다듬어 주곤 한다. 그러면 이 하마바위도 그 작은 꼬리를 반갑게 흔드는 듯도 싶다. 어느 게 '하마바위'이냐고 궁금해할 사람이 있겠지만, 조금은 더 .. 바람처럼 구름처럼 2010.05.23
(다시 시조 30편) 13. 탈의 탈 의 김 재 황 옷이 정말 날개일까 그건 당치않은 소리 겉을 너무 꾸미는 건, 안이 부실하기 때문 타고난 알몸뚱이보다 아름다운 게 있을까. 오래 입은 옷일수록 때가 끼고 얼룩지며 몸에 맞춰 입으려면 번거롭고 힘이 든다. 차라리 가볍게 탈의 훨훨 날자 저 하늘. 하기야 이 마음도 안 보이는 옷인 것.. 시조 2009.07.07
(다시 시조 30편) 3. 백두산 천지에서 백두산 천지에서 김 재 황 벼르고 또 별러서 겨우 날을 잡았건만 올라가니 짙은 안개 수줍은 듯 덮여 있어 마음을 적셔야 할 곳 찾을 수가 없구나. 까마득한 벼랑 아래 어두움은 엎드리고 가파른 비탈 따라 검은 바위 누웠는데 어쨌든 내가 부르는 이름이야 다만 바람. 두 손을 모은 뜻이 하늘끝에 닿았.. 시조 2009.06.23
(다시 시 30편) 26. 따스한 안개 따스한 안개 김 재 황 어둠이 걷히는 산봉우리에 숨결 더운 안개가 깔리고 있다. 하늘에 사는 별빛 숲에 내려서 눈물처럼 맺히고, 밤새 나눈 이야기 잎에 떨어져서 꿈처럼 젖고 있다. 고요한 길을 밟고 와서 외로운 창문을 두드리는 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오를수록 험한 산골짜기라도 맨발로 뛰어 .. 시 2009.06.17
(다시 시 30편) 24. 지지 않는 달 지지 않는 달 김 재 황 여전히 바로 그 자리에 둥근 보름달 하나 열려 있다. 작은 창밖에는 일그러진 반달이 떴다가 지고 초승달이 돌아서서 종종걸음을 쳐도 예전 그 모습 그대로 환한 보름달 하나 매달려 있다. 사랑아, 이렇듯 모진 세상을 살면서 어찌 보름달처럼 둥글기만 했겠는가. 향기롭기만 했.. 시 2009.06.14
(다시 시 30편) 23.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김 재 황 비워도 무거운 가지에는 어둠이 밤새도록 친친 감기고 푸른 숨결 의지한 하늘에서 우수수 우수수 별들이 떨어진다. 살기는, 산바람 힘겹게 넘는 외진 산골짝 가파른 땅 산 뒤에 또 산을 두르고 하루하루 엮어 가는 나무들의 꿈 그래도 오늘은 눈이 내린다. 날리는 눈발 속에 새로.. 시 2009.06.13
(다시 시 30편) 20. 고요한 길 고요한 길 김 재 황 보이지 않는 길은 고요하다. 똑바로 뻗은 길이 소리 없이 하늘 위로 향한다. 눈감고 입 다물고 홀로 걸어가는 길 너무 적막하여 나무들도 푸른 속잎을 밟고 간다. 시 2009.06.08
(다시 시 30편) 17. 손 씻은 하늘 손 씻은 하늘 김 재 황 바위의 움푹 팬 자리에 빗물이 고여 있고, 늙은 소나무가 고달픈 그림자를 뻗어서 그 물에 손을 씻는다. 세상을 안은 눈빛이 잔잔하다. 내 호기심이 소나무께로 다가가서 그 그림자의 손을 잡아당기자, 산의 뿌리까지 힘없이 딸려 올라오고 빈 하늘만 몸을 떤다. 시 2009.06.05
(다시 시 30편) 13. 떡갈잎 그 손 떡갈잎 그 손 김 재 황 지니고 있는 손이 넓으면, 그 마음 또한 커다랗다고 하였던가. 남에게 베푸는 즐거움으로 그 빛깔은 마냥 푸르기만 하다. 생겨나서 단 하루도 쉴 틈이 없이 부지런히 일에만 매달렸으니 살결이야 당연히 거칠지 않겠느냐. 굵은 힘줄이 드러나 있어서 고단한 네 일상을 짐작하게 .. 시 2009.05.30